[르포] 온라인 개학 첫 날, 원격수업 현장 가보니… 교사들 '진땀', "대부분 쌍방향 수업 없고 EBS 인강만"
인헌고 박준호 교사, 컴퓨터 3대 돌려보며 '구슬땀'
3학년 25개 과목중 3개만 '쌍방향 수업'… "교사간 수업 격차 우려 쌍방향 수업 쉽지 않아"
부개고 3학년 김희선(가명) 양 "학원 다니지 않는 저에겐 최악, 빨리 등교했으면"
선생님·친구 얼굴도 못 보고 온라인 개학… 수업은 EBS 강의로
수업태도·출석체크·수행평가 등은 '깜깜이'… 학생부 적용시 논란 될 듯
#온라인 개학, 그리고 원격 수업. 9일 오전 8시50분경, 인천 부개고 3학년 김희선(가명) 양은 구글 클래스에 접속해 출석을 체크하고, 1교시 영어수업을 듣기 위해 EBS 인강을 켰다. TV를 켜 놓은채 인강을 듣고 있는 딸에게 어머니가 핀잔을 주며 TV를 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여곡절 끝에 정부는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 원격수업을 결정했다. 당초 3월2일 개학일로부터 38일 만이다. 교사들은 처음 해보는 원격 수업에 구슬땀을 흘렸으나, 대다수 학생들은 쌍방향 영상 수업 대신 EBS 인강을 들으며 자체 수업에 만족해야만 했다.
고3인 김 양은 개학을 한다는 설렘이 있었을 법도 하지만, 실감하지 못했다. 선생님이나 반 친구들 얼굴도 보지 못해서기도 하다. 일부 학교에선 온라인 영상 개학식을 한다고 했지만, 김 양의 학교는 개학식은 하지 않았다. 수업시간 중 인강을 들으며 책과 선생님이 보내준 퀴즈 형태의 프린트물을 번갈아 보며 수업에 집중했다. 50분 수업이지만 1교시 영어수업은 그 이전에 끝났다. 전날 봤던 인강이어서 다 들을 필요가 없었다.
사실 김 양이 출석하고 수업을 들었는지는 집 안에서만 알 수 있다. 온라인 클래스로 출석체크를 하고 퀴즈 과제물을 제출해 수업을 들었는지와 출석을 했는지 파악한다고 했지만, 부모님이나 과외 선생님 등 외부 도움을 받을 수 있을법 했다. 실제 일부 학원에선 온라인 개학 이후 원격 수업을 학원에서 하도록 하며 학생들을 학원으로 불러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클래스에는 선생님이 올린 공지사항만 있을뿐, 학생과 선생님의 질문이나 댓글 등 소통한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김 양은 1학기 수업시간표는 받았지만, 실시간 쌍방향 영상 수업이 예정돼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했다.
1교시 수업을 끝낸 김 양에게 "선생님이 강의를 다 들었는지 아실까" 물었더니 "아마 아시겠죠?"라고 답했다. 하지만 온라인 클래스에선 출석 체크도 수업을 다 들었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 원격 수업을 학생부 수행평가에 기록하는게 좋겠느냐고 물으니 "열심히 한 학생이 있을테고 그렇지 않을 학생이 있을테니 평가는 하는게 좋을 것"이라고 하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어 "인강은 소통하면서 수업하는게 아니고 학생이 다른 짓을 할 수도 있어서 불합리한 점이 있다"며 "저는 학원에 다니지 않아 특히 빨리 등교 수업을 했으면 한다"고 했다.
고3인 김 양 처럼 학원에 다니지 않고 학교 수업과 인강 등으로만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경우 온라인 개학과 원격 수업이 대입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우려도 나온다. 스마트기기나 와이파이 등 원격 수업 인프라를 갖췄다고 해도 교육 불평등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같은날 오전 11시 40분 서울 관악구 인헌고 교무실, 여느때라면 학생들로 가득 찬 교실에서 수업했을 박준호 교사가 교무실 컴퓨터 앞에 앉았다. 박 교사는 데스크톱, 크롬북(노트북), 태블릿PC 등 총 3대의 스마트기기를 놓고 구슬땀을 흘렸다. 데스크톱과 노트북으론 수업 내용 송출, 자료 체크, 학생 관리를 하고, 학생 질문이 이어질 상황을 대비해 또 하나의 태블릿 PC를 마련했다.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선 학생들과 질문과 대답을 이어갔다. 박 교사는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이뤄지는 수업이 아니다 보니 이른바 '온라인 대피처'를 통해 학생들에게 실시간으로 소통할 매개체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생 22명 전원이 참여한 이 수업은 고3 수험생이 오는 12월 치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특강 과목이다. EBS 강의를 들은 뒤 학생이 퀴즈(과제물)를 제출하고 질문과 답변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박 교사는 퀴즈 제출로 출석을 확인하기로 했다. 박 교사는 "주로 구글 클래스룸 게시판에 학생들이 실시간 학습 관련 질문을 하지만, 카카오톡을 통해 PC 등 시스템상 문제 해결책을 구하기도 한다"고 했다.
인헌고는 교과협의회를 통해 교과별 수업 방식을 결정토록 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대체로 쌍방향 영상 수업을 기대했지만, 실질적으론 대부분 EBS 강의로 채워진다. 인헌고 3학년 약 25개 교과목 중 3개만 쌍방향 수업이다. 나머지는 모두 콘텐츠 활용 후 과제를 수행하는 혼합형 방식이다. 인헌고 나병학 교감은 "교사 간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콘텐츠 강의를 활용한 뒤 과제 수행과 토론 등을 하는 혼합형 수업 방식이 전체 학생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수업 과정에서 학생 컴퓨터에 에러가 발생할 경우 원격으로 해결해주는 서비스가 이뤄지면 좋을 것"이라며 "정부나 일선 학교뿐 아니라 기업들의 도움이 필요하므로 사회 전체가 관심을 두고 해결 방안을 마련해가야 할 문제"라고 했다.
한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온라인 개학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초유의 온라인 개학과 원격 수업이 본격화되면서 세세한 부분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와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며 "무엇보다 교육당국의 책임있는 대응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어 "IT 강국이란 자부심은 교육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음이 이번 온라인 개학을 맞아 여실히 드러났다"며 "특히 코로나19로 개학이 한차례 연기됐을 때, 이미 사태 장기화에 대한 준비 지적이 이어졌고, 학교도 온라인 학습을 진행해왔는데 그 동안 정부와 교육당국은 무엇을 했는지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용수·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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