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달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내리는 '빅컷'(큰 폭의 금리인하)을 단행한 데 이어 무제한으로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하는 '한국형 양적완화(QE)'를 실시한 만큼 정책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현재의 연 0.75%로 동결했다.
시장에선 이미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말 채권 관련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9%가 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 "빅컷·한국형 양적완화 지켜보자"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배경은 '빅컷'과 '한국형 양적완화'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달 16일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50%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소집해 기준금리를 내린 건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10월 이후 약 12년 만에 처음이다.
한은은 현재 한도 없는 전액공급방식으로 RP 매입에 나서는 등 돈풀기에 돌입한 상황이다. 지난 2일에는 이 같은 방식으로는 처음으로 5조2500억원 규모의 RP를 매입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정부가 내놓은 긴급 유동성 대책도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에 따른 영향으로 향후 성장과 물가 흐름이 기존 전망경로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금융·통화정책이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지켜보고 정책 방향을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돼 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기준금리 향방에 대해선 "금리를 지난번 비교적 큰 폭으로 내려 정책 여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실효 하한이 가변적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금리 여력은 남아 있다"며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놨다.
한편 이날 기준금리는 만장일치 동결이 아니었다. 조동철, 신인석 금통위원이 금리 0.2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 "올해 1%대 성장률 쉽지 않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대폭 하향 조정할 것을 시사했다. 올해 1%대 성장이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 일각에서는 올해 성장률이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총재는 "기본 시나리오 가정 아래 국내 경제가 올해 플러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1%대 성장은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올해 0%대 성장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은 금통위도 이날 공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2.1%)를 큰 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해 2월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을 기존 2.3%에서 2.1%로 내려잡은 바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다음달 발표할 경제전망에서 이를 대폭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총재는 "올해 글로벌 경기는 침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며 "경기부진이 일부 국가에 국한하지 않고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겪는다는 점에서 과거 금융위기 때보다 충격의 강도가 셀 것"이라고 진단했다.
◆ 국책은행에도 유동성 지원
한은은 이날 추가 유동성 공급 방안으로 공개시장운영 단순매매 대상증권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행 국채와 정부 보증채 외에 산업금융채권, 중소기업금융채권, 수출입금융채권 등 3개의 특수은행채와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MBS(주택저당증권)를 포함한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금융불안이 악화되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해 회사채 등 신용채권 매입 등 실물부문으로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되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이와 함께 RP매매 대상증권에 예금보험공사가 발행한 채권(정부 비보증 예보기금특별계정채권)을 추가하고, 대출 적격담보증권에도 RP매매 대상증권과 동일하게 예금보험공사 발행채권을 추가했다. 이번 조치는 14일부터 시행된다. 유효기간은 내년 3월 31일까지다.
한은은 "금융불안이 심화될 경우 특수은행채 단순 매입을 통해 이들 기관의 회사채 등 신용채권 매입 재원 조달을 지원하게 된다"며 "실물 부문으로 자금이 원활히 공급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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