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아이가 열이나기 시작했다. 하필 아파트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관리실 방송이 나온 날 저녁이었다. 밤새 공포에 떨다 다음 날 선별진료소에 전화를 했다. "걱정이 정말 많으시죠." 자초지종을 들은 보건소 직원이 꺼낸 첫마디였다. 따뜻한 말에 마음이 가라앉았다. 상담사는 차분히 몇가지를 묻더니 현실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됐을 확률이 크지 않다 다독이며 동네병원을 가볼 것을 권했다.
받아줄 병원이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소아과에 전화를 했다. 일요일이었고, 코로나19가 한창 창궐하던 무렵이었다. 병원에선 조금도 망설임없이 내원하라고 했다. 같은 아파트에 확진자가 있다고 하자, 어쩔 수 있냐며 마스크만 써달라고 부탁했다. 환자 없이 텅빈 병원에선 의사와 간호사들이 얼굴까지 가리는 방호복을 입고 대기중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아이의 목과 코, 귀를 꼼꼼히 살피고, 엑스레이까지 살펴본 의사는 겁에 질린 우리를 안심시켰다. "약을 먹고도 낫지 않으면 코로나는 그때 걱정하자"는 말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고작 이틀이었지만 강렬한 경험이었다. 아이는 부옇게 땀이 어린 방호복을 입고, 괜찮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어주던 의사 선생님 얼굴을 영원히 기억할 것 같다고 했다. 치료제와 백신 없이 고립된 공포 속에, 의료진의 헌신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겪어본 사람들은 안다.
한국은 입국 차단, 봉쇄 없이 코로나19를 극복한 유일한 나라다. 그 뒤엔 의료진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있었음을 알고 있다. 대한민국이 코로나19 대처에 세계적인 귀감이 되고 있는 것은 정부가 아닌, 의료진 덕분이었음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방역 최전선에서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을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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