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성 시스템에 준 충격이 만만치 않다. 코로나19로 아직도 우리 사이의 거리는 가까워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을 뿐 아니라 산업계와 공공·보건·의료·교육·금융 등 사회 전반에 준 파장이 예상보다 크다.
코로나19로 사람 간의 접촉은 급감했다. 인간에게 서로 만나지 말라는 것은 '사회적 사형선고'나 다름 없다. 그 결과 항공업이 가장 먼저, 가장 크게 타격을 받았으며 운송·여행·서비스 등의 업종이 차례로 흔들렸다. 회사에서는 출근을 자제하는 바람에 시내 상권이 무너졌고 소상공인들은 '매출 제로'란 전대미문의 아픈 경험을 했다.
개학 연기로 학생들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농가가 타격을 받았으며 병원이 코로나19에 총력을 기울이는 사이 위중한 환자들은 발을 동동거릴 수밖에 없었다. 종교활동도 중지됐고 지방자치단체들의 각종 축제들이 취소됐다. 5일 개막한 프로야구는 사상 초유의 무관중 경기라는 기록을 쓰기도 했다.
그나마 6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보다 완화된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우리 사회는 조금씩 원상회복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지난 100여일 동안 코로나19는 전 세계에 인간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을 강제했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그 동안 여러 이유로 규제 대상이 됐던 원격의료가 제도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며 온라인교육과 화상회의도 '해보니까 되더라'라는 평가를 남겼다. '언택트(비대면)'로 대표되는 신규 산업도 여기저기에서 싹을 틔우고 있다.
코로나19가 2·3차 산업혁명 시대의 약한 고리에 충격을 줬지만 4차 산업혁명의 발아를 위한 토양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930년 '손자 세대를 위한 경제적 가능성'이라는 제목의 소론에서 "우리는 앞으로 '기술혁신으로 인한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이라는 표현을 자주 듣게 될 것이다. 이는 노동력을 절감하는 수단을 발견하는 것이 노동의 새로운 용처를 발견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는 탓에 발생하는 실업을 의미한다"고 서술했다.
새로운 기술이 전례 없는 속도로 생산성을 높이면서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을 낮추고 있으며, 이는 또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인간의 노동량을 극적으로 감소시킨다는 예측이다.
지금 세계는 코로나19 이후 케인스의 지적대로 엄청난 기술적 실업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인간의 자리를 로봇, 인공지능 등 신기술이 대체하면서 생산성은 더 높아지고 있지만 인간의 노동력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는 시대로 가고 있다.
이런 변화의 시대에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세상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 없이 이미 변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를 주도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따라가기는 해야 한다. 하지만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기 힘든 사회적 약자에게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라는 얘기가 배부른 소리로 들릴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 시점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코로나19 이후 사회가 붕괴되지 않도록 취약계층을 위한 재교육시스템을 만들고 새로운 산업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먼저 준비해야 한다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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