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잠옷 차림으로 가슴에 손을 얹었다. 태극기가 노트북 화면을 가득 채우고, 국민의례가 흘러나왔다. 이어 애국가와 교가 제창이 차례로 이루어졌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식이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웠다. 불안정한 시스템은 수시로 다운됐고, 저학년 아이는 처음 만지는 노트북을 힘겨워했다. 유튜브로 수업을 듣고, 과제 제출을 온라인으로 하는 것도 부모 도움 없이는 어려웠다. '부모 개학'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1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 아이가 물었다. "친구도 없는데 쉬는 시간엔 뭘해요?"
그 후로 한달, 드디어 학교가 문을 연다. 4월 개학, 5월 개학을 바라보다 좌절하기를 여러번, 이제야 끝이 보인다.
여전히 걱정은 많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개학을 미뤄달라는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순차개학을 선택한 정부도 언제든 원격 수업으로 돌아갈 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된다면, 학교는 언제든 다시 문을 닫을 것이다.
'생활 속 거리두기' 첫날,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지난 두달여 간의 공포에 비하면, 경계는 너무 쉽게 풀렸다. 초여름 날씨에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었고, 45일간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밀렸던 모임을 다시 시작하느라 바쁘다. 무엇보다 "코로나는 끝났다"고 여기는 모두의 안도감이 가장 두렵다.
이제 더 큰 노력이 필요한 때다.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아프면 쉬는 일상을 '호들갑'이 아닌 '당연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5개월간 사실상 휴학 상태였던 아이는 이제 개학만 손꼽아 기다린다. 교실로 돌아가, 친구들과 어울려 수업을 듣고 싶은 아이들의 마땅한 바람을 꼭 이뤄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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