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이 추진하는 개인장병 전투장비 현대화 사업인 '워리어 플랫폼'은 육군이 사활을 걸정도로 중요하고,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하는 중대한 과업이다. 그런데, 육군의 상층부는 제대로 추진할 의지가 없어보인다.
최근 육군참모총장에게 올릴 의도로 만들어진 내부 보고서는 전문적 소견이 있는 일선 군인들을 '덕후'로 표기했다. 더욱이 이들이 마치 유명 브랜드 제품을 쫓는 사람이라는 늬앙스를 담고 있다.
본지가 10일 입수한 내부 문건은 '200210_20년 워리어플랫폼 추진계획(참모총장 보고_본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로, 특수전사령부의 내부의견을 메모로 정리한 문서로 추정된다.
주요내용은 ▲높은 국민적 관심에 비해 시범사업과 사업추진 품목의 중국산 납품 ▲지난해 적용한 일반경쟁 계약으로 특수작전 칼 등 3개 품목의 유통업체를 통한 중국산 납품 등이다.
그동안 육군이 외면해 오던 문제를 어느 정도는 인식하는 것으로 보여지지만, 전문가들은 육군 당국은 여전히 큰틀에서 의식 전환을 하고 있지는 못하는 것이라는 견해다.
한 전문가는 "일선의 귀한 목소리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라며 "야전에서 원하는 제품을 수의계약으로 보급해 주지 못하는 현실을 합리화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군용장비는 민간에서 쓰는 제품들과 달리 사용자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실전에서 검증된 브랜드를 구매하려고 하는 것"고이라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임무완성을 위해 개인사비로 우수제품을 구매하는 특전사 대원들을 '덕후'로 표기했다. 특히 이들이 개인 전투장비에 대한 불만이 많다면서 유명 브랜드도 제작은 대부분 중국에서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제작된다는 내용을 공청회와 사업설명회로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그렇지만, 보고서 내용과 달리 최근 군에 납품된 개인 전투장비는 유명 브래드의 정식 라이센스를 가진 제품이 아니다. 때문에 현실을 보고서에 끼워 맞출려는 것이라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일선의 육군 간부는 "소통을 중시하는 군수뇌부가 여전히 변명에만 급급한 것 같다"면서 "우리가 덕후라면 계룡대(육군본부 지칭)는 극성 맘카페라고 불려야 할 것"이라며 실망감을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육군의 고위 관계자는 군수참모부, 정책실, 전력단 어디가 작성한 문건이냐며 "이런 것(비난 시각)이 워리어 플랫폼 전력화에 도움이 안된다. 그리고 덕후는 나쁜 의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덕후는 일본어 오타쿠(御宅·어택)를 희화하는 뜻의 신조어다. 일본어는 높임의 의미가 중복적으로 사용된 단어는 조롱과 차별의 의미로 통용된다. 오타쿠는 집에서 현실을 모르고 단편적 지식으로만 살아가는 비주류를 뜻하는 의미다.
좋은 의미라도, 군 내부 보고서 일지라도 '일본식 군사용어 잔재청산'이라는 추세와도 반대되는 속어를 군이 쓸 이유는 없다. 사랑하는 모군 육군에 겸허한 자세와 공부하는 자세를 가져달라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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