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남양의 '인간존중'은 어디에?
7년째 '갑질' 꼬리표에 묶인 남양유업이 온라인에서 경쟁사를 비방하는 글을 게시한 정황이 드러나 경찰수사를 받게 되면서 또다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 7일 발 빠르게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이번 사건을 홍보 담당자의 자의적 일탈로 치부한 데다가 담당자가 경쟁사를 비방한 내용 일부를 사과문에 그대로 언급한 점을 들어 부적절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남양유업은 지난 2009년과 2013년 경쟁사 비방글이 유포됐다며 고소당한 바 있어 불매운동이 재점화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남양유업에 소비자로부터 미운털이 박히기 시작한 건 2013년 영업사원의 폭언 사건 때부터다. 그해 여직원이 결혼이나 출산을 하면 계약직으로 전환해 강제 퇴직시켰다는 불합리한 고용 관행까지 드러나면서 남양유업 '갑질' 이미지에 쐐기가 박혔다.
7년에 걸친 이미지 손상은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7년 새 매출은 24%, 영업이익은 99.4% 급감했다. 2013년 5월 초 117만 원까지 치솟았던 남양유업의 주가는 4분의 1 수준으로 폭삭 가라앉아 8일 기준 31만6500원을 기록 중이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12월 각종 논란과 소문에 대해 대응하고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하고자 자체 홍보 플랫폼 '남양 뉴스룸'을 만들며 이미지 회복에 나섰다. 또 남양유업은 올해 창립 56주년을 맞으며 계열사 남양F&B 회사명을 '건강한사람들'으로 교체하고 '갑의 횡포'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하지만 반복되는 이슈에 소비자 시선은 곱지 않다. 일각에서는 '남양'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남양유업은 2013년 갑질 논란 당시 문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여 문제를 키운 바 있다.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위기대응 프로세스가 부재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 원인으로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기업문화, 잦은 홍보실장교체, 매출 1조 원, 직원 수 2500명을 넘는 대기업이지만 총수일가와 사외이사를 제외하면 임원 수가 5명으로 턱없이 부족한 것과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 주요 소비자층인 유제품 기업에 여성 임원은 단 1명도 없다는 점 등이 꼽힌다.
'고객만족·인간존중·사회봉사'는 인간존중을 바탕으로 인류 건강증진에 기여하고 신뢰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남양유업의 기업이념이다. 매년 사회공헌 활동에 힘쓰고 있지만,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있지 않은 이상 소비자에게 진정한 남양유업의 '고객만족·인간존중·사회봉사'는 와 닿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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