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공급대책에도 현지 분위기 차분
"정부의 용산 정비창 터 공공주택 개발 계획에 주민들이 적극적인 의견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촌2동 공인중개사 관계자 A씨)
지난 11일 찾은 서울 용산. 서울 이촌동 토막이인 부동산공인중개사 A씨는 용산역 정비창 부지 개발 계획에 대한 주민들의 부정적 반응을 이 같이 전했다. 이어 그는 "심지어 서울 내 다른 동네에서 공인중개사 일을 하는 지인도 '그 좋은 땅에 공공주택 건설은 아깝지 않겠냐'는 연락을 해왔다"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일 주택 공급 대책으로 용산역 정비창 부지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8000여 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가 건설될 예정이지만 인근 주민들은 만족스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촌2동 시범아파트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B씨는 "이전 개발안 같이 외국인이 유치되는 '국제 업무지구' 형태로 진행됐다면 큰 호재로 작용했을 텐데 주민들이 이번 발표에 아쉽워 하고 있다"며 "부지를 그냥 놀리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아직은 확실치 않다"고 했다.
이러한 실망감을 반영이라도 한 듯 개발 계획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촌2동 일대는 차분한 모양새다. 발표 이후 주말이 한 차례 지났음에도 문의만 있었을 뿐 별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이촌2동 한 부동산중개업소에는 아파트 매매에 대해 문의를 하는 손님 한 명이 있었지만 단순 문의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해당 손님은 이촌2동 아파트의 재개발로 알고서 현장을 방문했으나 정비창 부지 내 공공주택 건축이라는 공인중개사의 설명에 실망한 채 발길을 돌렸다.
이촌2동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하는 C대표는 "일단 (이촌2동의) 직접적인 재개발이 아니다 보니 매매가격에 큰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원래 매매 물건이 많지도 않아서 '매물을 거둬들인다'고 표현하기에도 적절치 않다"고 했다.
용산 정비창 부지 개발 무산 역사는 2000년대부터 이어졌다. 2006년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의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연계해 해당 지역을 용산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리며 사업이 무산된 바 있다. 또 지난 2018년 박원순 시장의 '여의도, 용산 개발 마스터 플랜'으로 다시 주목받았으나 서울 부동산 시장 과열로 인해 계획이 무기한 보류됐다.
여러 차례 무산을 경험한 탓에 아파트 수요자들 역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파트 시세 제공 업체 KB부동산리브온에 따르면 개발 계획 발표 이후에도 시세는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이촌 2동에 위치한 시범아파트, 중산아파트 등은 지난 8일 기준으로 별다른 시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계획안도 역시 이전 개발안과 같이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이전에도 호재라 불리는 뉴스가 전해지고 몇 채가 거래되긴 했지만 결국 개발이 흐지부지됐었다"며 "이러한 경험 탓인지 아직은 일대 매매가격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했다.
또한 청약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용산역 공공주택 계획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이 제기됐다. 이들은 청약 형태로 공급되는 방식에 불만을 토로했다. "결국 '청약 로또'가 될 것이다", "현행 제도라면 실 수요자보다 부잣집 자식들이 편법으로 들어가는 상황이 재현될 것", "10년 이상 모아온 청약 통장 잔치로 전락하며 실수요자인 신혼부부 등은 후순위로 밀리지 않겠느냐"라며 부정적 견해가 이어졌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