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원칙과 기본이 올바로 서지 못하면, 군이 가진 폭력은 엉뚱한 곳을 향하게 된다. 12.12같은 군사쿠테타가 일어나고 5.18민주화운동을 총칼로 진압했던 것처럼 말이다.
군당국은 지난달 30일 최근 연이어 발생한 군 기강 사건에 대해 병 사고 및 징계 감소를 근거로, 군 기강은 해이하지 않다면서 군은 투명하게 병력관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4년 발생한 '윤일병 구타사망' 이후 군이 많은 노력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병들을 통솔하고 무사히 사회로 돌려보내야 할 간부들의 문제는 어떤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지난2월부터 5월 8일까지 코로나19로 불필요한 외부접촉과 회식 등을 자제하고 휴가를 통제하는 국방부의 지침을 어김없이 깬 주연들은 간부들이다. 물론 간부들의 어려움 모르는바도 아니지만, 도를 넘는 사건을 내부적으로 옹호하는 목소리는 옳지 않다.
대대장이 음주후 심야에 장병들에게 얼차려를 부여했고, 대위가 음주후 추태를 벌였다. 술에 취한 부사관들이 동성의 상관인 남성 중위를 추행했다. 마스크를 빼돌리거나 맨 정신에 화풀이 삼아 무참하게 구타한 상사도 있었다.
문제의 본질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 군 간부들이 바로서지 못하고 '우리가 남이가'식으로 대충 징계해 온 국군의 나쁜 '군대문화'일지 모른다.
사실 간부의 군기강 문제는 창군기 때부터 지금까지 쭉욱 내려온 부끄러운 국군의 전통이다. 한국전쟁 발발 전인 1949년에는 최전방 대대장들이 대대원을 이끌고 월북했고, 전쟁 기간 동안에는 정부가 해서는 안될 특별위안소를 운영해 상당수의 군간부들이 이에 연루되기도 했다.
휴전 이후에도 대대장이 월북을 하거나, 소대장들이 무장탈영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심지어 육군 중위가 연쇄 강간을 벌였고 군교도소를 탈옥해 여대생을 상대로 강도살인을 벌이는 일도 벌어졌다.
강력하고 끔찍한 군기강 사고 다수는 간부들이 주연이었다, 그 때마다 군 당국은 은폐 축소하기 바빴다.
며칠 전 부산대학교를 방문한 적 있다.부산대학교 넉터 옆에 학군사관후보생(ROTC) 모집홍보에 나선 후보생들을 봤다. 잠시나마 캠퍼스에서 사관후보생 홍보를 학군 동기생들과 도왔던 추억이 떠올라 미소가 나왔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 주변을 지나던 공군대위와 사관후보생들이 정면으로 마주쳤는데 이들은 대위와 한참을 마주보고 있음에도 경례도 없이 자리를 지나쳤다. 과거처럼 큰 군기강 위반은 사라졌는지 몰라도 기본은 여기저기서 새고있는 것 아닐까.
지난해 지상군페스티벌의 전시행사를 돕기위해 육군본부가 있는 계룡대를 방문했다. 행사특성상 현역 육군간부들과 함께 전투복차림으로 계룡시내를 나섰는데 노 신사 한분이 우리를 불러세워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퇴역 중령이라 밝힌 그는 "최근 수년간 계룡시내에서 자네들처럼 군모를 제대로 착용하고 경례하는 군인을 본 적 없다"면서 "군간부는 기본이 서야하오. 우리들은 못햇어 그러니 총을 시민들에게 겨눴지"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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