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도 걱정이고, 비가 안와도 코로나 때문에 걱정 투성이다."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인근에서 10여 년간 식당을 이어온 박 모씨가 식자재 배달 상인들과 모여서 신세를 한탄하고 있었다. 19일 오전 방문한 서강대 근처는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의 속도 모른채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가뜩에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손님이 끊긴 상황에서 비까지 내리자 거리는 조용했다. 손님이 없는 틈을 이용해 잠시 쉬고자 인근 상인들이 가게 안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식당 운영 상황에 대한 질문을 하자 박씨는 "그나마 근방에서 일하는 인부들이 새벽에 식사하러 오고, 점심에 학생 몇 명이 가게를 찾아오는 게 전부"라며 고충을 전했다. 이러한 걱정에도 박 씨는 가게 운영을 멈출 수 없었다. 수가 적지만 그래도 가게를 찾는 이들을 위해서 재료를 손질하고 준비하고 있었다. 가게를 나서는 식자재 상인 등에 대고 "내일은 당근, 바지락이 필요하니까 챙겨와"라고 소리쳤다.
식당뿐 아니라 상권 전체가 한산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는 시간까지 대학교 부근을 둘러봤지만, 거리를 다니는 인적은 드물었다. 그나마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가게들 사이에 곳곳에 빳빳하게 인쇄된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은 가게가 눈에 띄었다. 정리한 지 얼마 안 된 것을 증명하듯 먼지 없이 깨끗이 정리된 빈 가게만 남아있었다. 서강대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남 모씨는 "'한두 달 장사가 안돼도 버틸 만하지 않느냐'라는 말을 하곤 하지만 사정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며 "그들도 가게 이외의 지출 비용이 있는데 1, 2개월간 매출이 안 잡히기 시작하면 가게를 접는 수순으로 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거리뿐 아니라 대학교 인근에 있는 식당, PC방, 카페 등 상권 일대가 한산했다. 또 대학생들이 자주 찾는 인쇄업소를 운영하는 한 사장님 역시 "학생들이 안 오다 보니 매출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며 "주변만 살펴봐도 1층에 임대 매물이 나온 게 한두 군데냐"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온라인 개강이 미뤄지며 대학교 원룸촌도 상황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서강대의 경우 올해 1학기는 전체 온라인 수업을 결정했다. 일부 대학교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대면 강의를 허용할 수 있다는 발표가 나왔지만 이마저도 기약 없는 발표 아니냐는 반응이다.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들 대부분은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공인중개사 대표 남 모씨는 "예년 거래량 대비 60-70%가량 하락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대표 역시 "원룸도 많이 남다 보니 집주인들이 월세를 낮춘다든지, 보증금을 깎고서 단기 임대로 돌리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태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엿보이는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5월 연휴 동안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발생한 코로나 확진세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게 상인들의 반응이다. 대학교 정문 건너편에서 라면 가게에서 일하는 김현주(54)씨는 "이태원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한 번 더 매출이 떨어지긴 했지만, 확산이 그다지 심하지 않은 것 같다"며 "이번 주(18일 이후)는 매출이 조금 더 나오면서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고 설명했다.
원룸 거래 역시 2학기가 시작되는 9월 전을 기점으로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남 씨는 "그래도 9월에는 개강을 한다고 하니 개강 이전인 7, 8월쯤에는 거래가 일어나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럽게 예측을 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역시 "그나마 2학기 되면 풀리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그것도 확실치 않으니…"라며 뒷말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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