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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넷플릭스는 망중립성 말할 자격 없다

학창시절 체육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이 한꺼번에 수돗가로 몰려가 세수하고 물 마시느라 난리통이 되곤 했다. 수십명의 학생들이 동시다발로 수돗물을 틀어대다보니 물은 시원찮게 나왔고, 한 두명씩 빠져 나가면 그제서야 물이 조금씩 제대로 나오곤 했다. 수돗물이 나오는 양은 정해져 있는데, 여러 명이 한꺼번에 물을 사용한 때문이다.

 

지금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인터넷 망 사용료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과도한 인터넷 트래픽을 유발하기 때문에 인터넷망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지난해 11월 방송통신위원회에 재정신청을 제출했다. 그러자 넷플릭스는 지난 4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을 위한 소'를 제기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가입자가 늘면서 인터넷을 통해 영화·드라마 등 고품질 콘텐츠를 전송하는 트래픽이 증가했으니 그에 따른 비용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가 이미 자사 가입자들에게 이용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트래픽 증가를 이유로 인터넷망 사용료를 추가로 내라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회사의 갈등은 '네트워크(망) 중립성' 이슈로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넷플릭스는 통신망 운영자가 콘텐츠 기업인 넷플릭스에 사용료를 요구하는 것은 망 중립성의 핵심인 사용자 차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망중립성을 논할 자격이 없다. 망중립성은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제공업체(CP)가 주장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의 사례를 살펴보자. SK브로드밴드는 수도관(통신설비)을 제공한 업체로 볼 수 있다. 넷플릭스는 그 수도관에서 나오는 물을 제공하는 콘텐츠 제공업체다. 여러 명이 많은 물(콘텐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원인을 유발한 사업자이자, 물을 마시는 학생들(최종 소비자)에게 물을 제공해주면서 돈을 받는 기업이기도 하다.넷플릭스 역시 이용자들에게 돈을 받기 때문에 망중립성을 주장할 자격이 없다는 얘기다.

 

망중립성은 인터넷의 엔드투엔드(end-to-end) 설계구조에서 나온 개념으로, 네트워크 제공자가 아니라 사용자를 우선한다는 개념이다. 월드와이드웹(www)의 개발자인 팀 버너스리는 2010년 11월 웹탄생 이십주년을 기념하는 날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기고를 통해 "웹은 누구나, 언제든, 어디에서든, 누구하고든 허가를 받거나 수수료를 지불할 필요 없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버너스리는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사이트들은 그들에게 그토록 큰 성공을 안겨준 그 참여규칙을 이용해 돈을 벌고 있다고 비판했다.

 

넷플릭스도 '망중립성'이란 명분을 내세우지만, 그 역시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돈을 벌고 있는 영리회사다. 인터넷제공업체(ISP)에는 망중립성을 주장하고, 소비자들에게는 CP로서 돈을 받는, 야누스 같은 존재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5월 현재 국내 가입자가 2018년보다 10배 늘어난 약 270만명이며, 한국 가입자들의 영상콘텐츠 결제금액은 지난 3월에만 36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는 1억8286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글로벌 업체이기도 하다. 이런 글로벌 공룡이 망중립성을 앞세워 '약자 코스프레'를 하며 유독 한국에서만 망이용료는 낼 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뻥 뚫린 고속도로에 커다란 트럭 수십대가 한꺼번에 다니면 교통체증이 유발된다. 그 길로 다니는 일반 차량들은 통행료를 내면서 고속도로로까지 온 의미가 퇴색된다. 그러면 일반 차량들은 누구에게 문제를 제기해야 할까. 트럭이 수십대씩 한꺼번에 다니는 걸 예측하지 못한 채 도로를 만든 도로공사(ISP)일까, 아니면 떼지어 다니는 트럭들(CP)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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