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사회>사회일반

[기자 체험기] 코로나19 여파, 혈액보유량 '빨간불'… 헌혈의집 가보니

20일 '헌혈의 집 광화문센터'를 방문한 기자가 채혈을 진행하고 있다. /이영석 기자

 

 

"혈액보유량이 '주의' 단계에 진입하였습니다. 헌혈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혈액보유량이 적정량의 절반(2.6일분)으로 떨어진 지난 15일 보건복지부가 보낸 안전안내문자다.

 

정부의 긴급 SOS에 시민들이 움직였다. 주말을 지나면서 혈액보유량은 17일 4.0일분, 18일 4.4일분, 19일 4.7일분으로 사흘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여전히 '피가 부족'하다. 21일 0시 기준 혈액보유량은 2만4574유닛으로, 적정 혈액보유량인 2만6000유닛에 도달하려면 1426명의 헌혈 참여가 필요하다.

 

지난 20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난 극복에 힘을 보태고자 '헌혈의 집 광화문센터'를 방문해 '피 모으기 운동'에 동참했다.

 

이날 센터에서 만난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혈액 보유량 하락 원인과 관련해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인해 미루고 있던 수술 진행으로 수요가 늘었으며, 혈액 수급의 큰 축을 담당하던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개강이 미뤄지면서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일시적으로 보유량이 상승했지만 6월에 접어들면서 다시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헌혈 참여를 독려했다.

 

20일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 위치한 헌혈의 집 광화문센터 입구에 헌혈 참여 독려 안내문이 붙어있다. / 이영석 기자

 

 

센터 직원들은 헌혈을 하러 방문한 시민이 감염병 위험에 노출되는 일이 없도록 시설 소독,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 준수에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위생에 대한 강박'이었다. 헌혈의 집으로 들어간 지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손소독제를 바르는 직원들의 모습을 수차례 목격할 수 있었다. 센터 안은 짙은 알코올 향기로 가득했다.

 

헌혈의 집에 오기 전까지는 '수혈을 하다가 감염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 들었지만 막상 와보니 알코올로 수십번 손을 닦는 간호사들의 피부 상태가 더 걱정됐다. 이들은 접촉이 발생하는 모든 과정에서 손소독제를 바르곤 했다.

 

직원들은 출입자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강제했다. 체온 측정과 손소독제 도포도 진행됐다. 헌혈의 집 관계자는 "간호사들은 전부 보건용(KF94)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며 방문자가 적은 시간을 활용해 수시 방역을 통해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20일 오전 헌혈의 집은 코로나19 사태로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에게 피를 나눠주기 위해 모인 얼굴 없는 천사들로 북적였다. 개인적으로 헌혈하려고 방문한 시민부터 교회에서 단체로 헌혈을 하러 온 사람들까지 다양했다.

 

헌혈에 사용되는 채혈기가 비닐에 밀봉되어 있다. 사용된 채혈기는 모두 폐기처리 된다. / 이영석 기자

 

 

환자 치료에 작은 도움이 되고 싶어 기자도 소매를 걷어붙였다. 헌혈은 크게 ▲전자문진 ▲헌혈경력조회 ▲채혈의 3단계에 걸쳐 진행됐다.

 

번호표를 뽑고 나면 곧바로 전자문진이 시작된다. 방문 시기 이전에 특이한 증상, 특정 약 복용 등 10여개 항목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별다른 이상 소견이 없어 다음 과정으로 넘어갔다. 헌혈경력 조회가 진행되는 문진실 안에도 코로나 예방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문진 과정에서 헌혈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었다. 혈액의 모든 성분을 채혈하는 '전혈헌혈'과 성분채혈기를 통해 혈소판·혈장 등을 채혈하는 '성분헌혈'이 있다.

 

기자는 생애 첫 헌혈인 점과 수술에 사용되는 혈액이 부족한 상황을 고려해 전혈헌혈로 결정했다. 채혈에 사용되는 모든 채혈기는 1인 1개 사용이 원칙이다. 밀봉된 비닐봉지에 담긴 채혈기는 피를 뽑기 직전에 개봉됐으며 사용 후엔 모두 폐기처분됐다. 만약의 상황까지 대비해 위생에 신경 쓰는 모습에 감염에 대한 우려는 금세 사라졌다.

 

채혈 과정은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을 뿐 어렵지 않았다. 바늘이 꽂히는 순간, 잠시 잠깐의 따끔함과 10여분간 움직일 수 없는 답답함을 견뎌내면 된다. 피를 뽑고난 후 대기실에서 짧은 휴식 시간을 가졌다. 드디어 모든 과정이 끝났다.

 

헌혈을 마치고 대기실을 돌아봤다. 방 안은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피를 나눠주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여전히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19번째 헌혈을 한 변도운(64)씨는 "코로나 때문에 혈액이 부족하다고 해서 헌혈의 집을 방문하게 됐다"며 "이렇게 좋은 일도 하고 나면 덤으로 영화 티켓 등을 주니 일석이조 아니냐"라며 활짝 웃었다. 변 씨는 "(헌혈로 인한) 코로나 감염이 걱정된다는 말도 있지만 위생 관리를 잘하고 있어서 그런 걱정을 아예 안했다"고 덧붙였다.

 

그 외에도 점심시간을 쪼개 방문한 회사원, 나보다 어려운 이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찾아온 대학생까지 다양한 이들이 헌혈을 이어갔다. 헌혈은 전국에 위치한 헌혈의 집이나 헌혈카페에서 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