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배충식 KAIST 공과대학장 "코로나 이전 거들떠보지 않았던 신산업 창출해야"
'과학기술 뉴딜사업' 과기부에 제안… 핵심기술 개발에 3년간 415억 원 요청
"2~3년에 터지는 감염병, 전쟁 대비 차원으로 준비해야"
"일자리 뺏는다" 미적거렸던, 'AI 무인자동생산시스템' 속도 내야
"노동·환경 측면 보고, 신기술 틀어막아선 안돼"
"무작정 신재생에너지보단 코스트 이펙티브한 기술 쓰는게 중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1870년 이래 창궐한 세계적 감염병 중 1인당 실질 GDP와 실질소비가 10% 이상 감소케 한 네 번째 '경제적 대재난 위기'(Rare Disaster Risks)로 확산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1981년 스페인독감 대유행시 43개국의 데이터에 의한 경제 대재난 위기 발생가능성 추정치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수치다.
당장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코로나 이후 시대를 경제적 측면에서 대비하는게 더 중요한 이유다. 세계는 지금 코로나 이후 과학기술을 기반한 감염병 솔루선 개발과 변화할 시대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제시한 포스트 코로나 사회와 대응 방안은 무엇일까.
KAIST는 코로나 이후 대응 방안을 담은 '과학기술 뉴딜사업'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안했다. 3년간 10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드는 사업이지만 예비타당성조사도 피하고 시급히 개발해야 할 핵심 기술 개발만 뽑아 415억원으로 감액해 현재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 국회가 열리면 추경을 통해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과학기술 뉴딜사업을 진두지휘하는 KAIST 배충식 교수(공과대학장)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21세기 들어 다섯 번째다. 2년에 한 번, 앞으로 2~3년에 한 번 온다고 가정해야 한다"면서 "언제 올지 모르는 전쟁 때문에 전쟁 물자를 비축하는데 감염병 대응을 위한 감염병 방역물자도 같은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 뉴딜사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감염병 등 국가재난 국복을 위한 과학기술 기반 솔루션 개발이 목표다. 코로나 이후 시대 세계를 선도할 신산업을 창출해 거시경제적 재난위기를 극복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전 메르스감염병을 거치며 코로나 사태서 이름을 떨친 'K-방역'을 기반으로 코로나 이전 주목받지 못했던 신산업을 만들어 글로벌시장을 이끌자는 게 골자다.
배 교수는 "코로나 이후 일반적으론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면서도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이번에 잘 대응한 것으로 증명됐기 때문에 그걸 인정하는 세계를 대상으로 우리 기술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찬스다"고 말했다.
제안서에는 KAIST 교수진이 제안한 K-방역 관련 기술 50여가지 신기술이 담겼다. '재활용 항바이러스 마스크', '반투명 항바이러스 마스크', '플라즈마 바이러스 살균기', '의료인 통기성 스마트 방호복', '바이러스 경보 장치', '전환형 음압 앰뷸런스 모듈', '감염 특화 지원 로봇(간병, 배달, 특수목적지원)' 등이다.
현재 개발되지 않은 기술도 있지만 상당수 기술적으로 개발 전망이 밝다. 기술력은 충분하지만 코로나 이전 거들떠 보지 않았던 분야라서 그렇다. 코로나19가 신산업을 창출하는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의료인 통기성 스마트 방호복'의 경우 이번 코로나 의료 현장 의사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기술적으론 개발에 큰 문제가 없다. 배 교수는 "코로나 방역현장에서 방역물품 쓰레기 더미가 어마어마했고, 땀 흘리는 문제, 환자 볼 때마다 갈아입어야 하는 문제 등이 드러났다"며 "스마트 방호복의 경우 코로나를 거치며 1회용이 아닌 재사용이 가능하고 청진기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스마트 무인 자동 생산' 플랫폼은 이전부터 미래 신산업 분야로 꼽혀왔다. 하지만 그동안 노동 문제와 부딛혀왔다.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문제다. 코로나로 셧다운 공장이 생겨나면서 그 필요성은 커졌다. 감염 걱정이 없는 로봇이 물건을 생산할 수 있다면 기존 경제 스케일을 왠만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 교수는 "로봇 생산 시스템은 고용노동차원에서 터부시할게 아니다"며 "코로나 사태로 절감했듯 노동력의 보완제로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엔지니어로서 고용노동 측면에서 이런걸 억지로 틀어막는건 문제"라면서 "우리가 만들지 않는다고 해도 다른 나라가 만들면 우린 망한다. 어차피 고용유지 못한다. 자동 생산 시스템을 만들고 그 이익을 노동자와 함께 나눠가지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연으로 돌아가자는게 마치 환경친화적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환경문제가 생기면 그걸 해결하는 것도 기술이다"고 말했다. 비슷한 이유로 그는 "원격의료도 같다. 코로나로 일부 허용했는데, 코로나 이후 허용 안하는것도 웃긴일"이라며 "기술 발전을 항상 인간성에 반하고 자연에 반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 교수의 전문 분야인 자동차 분야에 대해선 "코로나를 겪으며 대중교통이나 공유 수송방식이 힘을 잃고 개인운송수단이 상당히 늘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면서도 "경제 스케일 자체가 줄어서 시장이 작아질거라는 걱정도 공존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자동차로 인한 환경 문제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에너지기구는 CO2량이 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고, 배 교수는 "자동차로 인한 환경 문제는 10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며 "거기서부터 시작해 공해 최소화 기술을 연구하면 환경 측면에선 기대되는 면이 있다"고 했다.
문제는 투자다. 창출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 자체가 많이 쪼그라들어서다. 산업의 근간이 되는 에너지 생산기술을 보자. 배 교수는 비용효과적인(cost-effective) 그린환경기술이 병행되면 전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코스트 이펙티브한(비용 효율이 높은) 기술을 쓰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석탄과 석유 연료를 배척하지 말고, 수소와 전기가 가장 좋다고 착각해선 안된다는 설명. 배 교수는 "수소 만드는 공정이나 전기 생산 공정에서 더 많은 공해물질이 나온다. 지난해 미세먼지 조사하다 최신기술을 봤더니 석탄화력발전소나 쓰레기 소각장 미세먼지는 정말 적게 나온다"면서 "생산부터 소비까지 라이프타임을 계산해보면 신재생에너지, 태양광패널 배터리 만드는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는 엄청나게 나온다. 계산을 잘 해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을)운동 차원이 아니라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평가를 통해 비용 효과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100% 시대를 2050년 타깃으로 설정하고 있으나, 배 교수는 "그건 힘들 것"이라며 "2100년으로 잡고 천천히 실속을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교육에 대해선 긍정 평가다. 배 교수는 "그동안 교육계에선 플립러닝, e러닝, 온라인 교육 장려하고 굉장한 노력을 했다"며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해보니 기술적으로 미숙한 부분이 많다. 학생들이 등록금 돌려달라는 것도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이후엔 적어도 이전보다 온라인 교육이 늘고 기술적으로도 보완될 것"이라며 "정기총회처럼 뻔한 자리나 시급한 회의 등 온라인으로 유용한게 많다. 형식적인 자리는 온라인으로 하면 허례허식과 에너지 낭비도 줄일 수 있다. 생활자체도 효율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배충식 교수는... 서울대 항공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뒤 국비 유학생으로 영국 공립대인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부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으며 2019년 3월부터 공과대학장을 맡고 있다. 현대자동차 기술 고문 등을 지냈고, 현재 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 연소기술연구센터 소장, 한국액체미립화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세계자동차학회 석학회원, 영국 물리학회 정회원, 한국기계학회·연소학회·한국항공우주학회·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 정(종신)회원이다. 세계자동차학회 최우수논문상, 한국자동차공학회 학술상, KAIST 기계공학과 우수강의상과 연구상 등을 수상했다. 연구분야는 내연기관, 연소, 레이저 진단 및 계측, 연료 액체 미립화, 에너지기술 전망 분석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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