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0.1 마이크로미터(만분의 1㎜)에 불과한 작은 바이러스가 두달여만에 만들어낸 변화는 실로 놀라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에 전세계 공항이 활주로를 닫았고, 주요 생산기지의 공장과 일터, 학교가 문을 걸어 잠궜다. 기업과 교육, 의료, 유통 등 모든 생산과 소비 활동이 디지털 세상으로 몰려들었고, 세계를 향해 나아가던 기업들이 모두 자국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10년의 변화가 한달만에 몰아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28일 국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재확산 방지와 피해 복구에 우선 집중해야겠지만, 코로나 이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롭게 재편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유례없는 기회, 포스트 코로나의 '골든타임'이다.
장지상 산업연구원장은 코로나19 이후 한국경제 해법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가 초래할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향후 세계경제 회복과정에서 우리 경제가 우위를 점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롯데 그룹이 발간한 경영 지침서 '코로나19 전과 후(BC and AC)'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변화를 ▲탈(脫)세계화 ▲비대면 ▲거대정부로 정의한다.
가장 먼저 대비해야 할 것이 글로벌 공급망의 재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번 경험으로 많은 국가가 수익성을 희생하더라도 공급 안전성을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이 무너지면서글로벌 기업들은 해외 생산기지 거점을 확보할 때 의료시스템 까지 고려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투명한 생산기지가 됐다"고 자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생산 분업체계 변화에 능동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해외에 생산기지를 둔 많은 기업들이 한국은 물론 다른 국가를 찾아야할 시점"이라며 "세금 또는 국내 생산기지 설립 비용 등의 문제로 국내로 들어오기 꺼리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리쇼어링 정책을 통해 그들의 귀환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방역 및 의료 시스템이 전 세계적으로 선진화돼 있음을 부각시켜 외국 기업의 국내직접투자 (FDI)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비대면이 뉴노멀로 자리잡으며 4차산업혁명으로 시작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함께 콘텐츠의 개발이 활성화되도록 유도하고,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빠른 디지털 전환으로 여러 산업에서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도 구조조정을 한 기업이 개선됐을 때 훨씬 도약에 성공했다"며 "산업개편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선제적으로 준비를 하고 대응한 기업들의 격차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라인 교육을 경험하고 적응한 '신(新) 코로나 세대'의 등장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소비 패턴이 크게 변화되겠지만 오프라인의 멸망, 온라인 이분법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프라인의 수요가 줄어들겠지만 더욱 안전하고 고급스러운 오프라인 서비스를 개척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의 역할은 갈수록 거대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방역과 경제살리기 영역에 정부가 적극 대처하면서 정부 역할에 대한 공감이 크게 확산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며 꼼꼼한 정책설계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재난) 시기에 재정지출의 확대는 경기부양정책을 넘어서서 성장정책과도 연결된다"며 "긴급한 재정정책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부도위기 기업을 위해 대출의 만기연장, 신규대출과 보증의 확대가 필요하다. 위기가 깊어지면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분참여도 심각하 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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