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을 소재로 한 군사문화산업 중 최근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6mm 플라스틱 비비탄(이하 비비탄)을 사용하는 에어소프트건 관련 분야다. 그렇지만, 정부는 과도한 규제를 꾸준히 강화해 온 탓에 한국보다 후발주자인 중화민국(대만)과 중국에 관련시장을 스스로 넘겨주는 형국이 됐다.
미국, 일본, 대만 등 일부 선진국 군대에서는 에어소프트건으로 모의 전투훈련 등을 실시해, 군사적 효과를 내고 있다. 징병제 체제인 대한민국은 현역 복무와 예비군 훈련 이수가 병역의무인 만큼 에어소프트건을 이용한 전술훈련, 일명 '밀심(Mil-Sim)'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만, 원조 일본 제치고 에어소프트건 강자로
에어소프트건 시장에서 최강자로 굴림하는 기업은 대만의 G&G사다. 연매출이 한화로 1조원대로, 이들이 생산하는 에어소프트건은 대만 육군과 해병대의 전술훈련에 활용되고 있다. 심지어 군 당국과 연계된 밀심대회와 국제 밀심대회가 대만에서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대만에는 연매출 1조원(한화)대의 에어소프트건 업체가 3 곳 정도 있다. 에어소프트건 뿐만 아니라, 밀심에 참가하기 위해서 필요한 전투복 및 전투 장구류 제조·유통 기업도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대만의 J-TECH사는 레플리카 미군 전투복과 전투 장구류의 저가 '레플리카(모조품)'을 만들던 회사지만, 미군 PX에 납품할 정도로 성장했다.
에어소프트건과 레플리카 전투 장구류 제조 및 유통의 원조는 일본이다. 제2차세계대전 리인액트(재현) 행사에 공포탄을 사용하는 실총 대신 가스탱크와 전동모터를 단 에어소프트건이 등장하게 된 것은 일본 업체들이 앞다투어 고품질의 에어소프트 건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동모터를 이용한 발사구조를 가진 안전한 에어소프트건으로 유명한 도쿄 마루이사는 한때 에어소프트건 시장의 대명사와 같았다. 국내에서는 정밀모형 기업 아카데미과학이 1994년 세계 두번째로 전동모터를 사용한 에어소프트건을 출시했고, 세계 시장에서 나름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군사문화동호인들 사이에서 일명 '96 대란'이라 불리는 경찰의 대대적인 에어소프트건 단속으로 국내 에어소프트건 시장은 '페스트 암흑기'를 맞이했다는게 관련분야 종사들의 중론이다.
대만 또한, 한국처럼 에어소프트건에 대한 규제가 심했던 국가였다. 그렇지만 2008년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모병제' 공약과 맞물리면서 밀심 인구를 통한 예비전력 확보 차원에서 규제가 본격적으로 완화됐다.
군입대 지원희망자가 저조한 것(2013년 기준 목표 인원 2만 8531명의 30.2% 수준)을 에어소프트건과 밀심장려로 극복하려 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전근대적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에 관련업계가 발이 묶여 있는 한국과 달리, 대만 기업들은 군납과 민수판매를 유연하게 할 수 있어, J-TECH와 같은 성장이 가능했던 것이다.
◆한국,왜곡된 언론보도... 규제의 낙원으로
지난 1월 8일 한국소비자원은 수입 에어소프트과 관련해 지나치게 위험성이 과장된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고, 대다수 언론들은 에어소프트건이 사람을 살상할 수 있을 정도라는 식의 보도를 내보냈다.
3월 30일 국기술표준원 생활어인이제품안전과는 에어소프트건의 발사체 운동에너지 제한 기준인 0.2J(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원천적으로 설계된 제품만 제조·판매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은 '생활용품(비비탄총) 안전기준 개정(안) 행정예고'를 공고했다.
에어소프트건으로 밀심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최소 1J의 운동에너지(탄을 내보내는 힘)가 필요하다. 세계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은 통상 1~7J 정도(0.2R그램 플라스틱 비비탄 기준)로, 국내기준의 0.2J에 맞춰 생산하지 않는다.
에어소프트건 관련업계는 "0.2J이라는 기준도 터무니 없게 낮은데 파워브레이크(감속기) 없이 원천적으로 0.2J로 설계하라는 것은 관련 업계에 고엽제를 뿌리는 격"이라면서 "정부가 과도한 규제의 벽을 높이는 사이 국내업체들은 수출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한 총기 전문가는 "안전측면에서 규제를 높여온 당국이지만 정작 에어소프트건으로 인한 '사고통계'는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보호장구류를 착용한 밀심은 안전한 레포츠다. 문제는 KC 기준으로 성인용으로 지정된 에어소프트건을 미성년 아동에게 판매하거나 사주는 부모들"이라고 말했다.
관련업계에서는 에어소프트건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 국내 내수시장과 수출효과 촉진, 군의 전력지원물자 산업의 발전 등 큰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 관련업 종사자는 "에어소프트건에 부착되는 광학장비 등에 대한 규제도 완화돼야 한다"면서 "일본과 대만의 경우 조준경과 같은 광학장비의 일반구매가 가능하다. 뿐만아니라 민수용에 한해 표적지시기 구매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리 군의 전력화 개선에 앞장서고 있는 '특수·지상작전연구회(LANDSOC-K)'의 고문인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육군중장 전역)도 "일반인들의 우려와 생각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에어소프트건에 대한 지나친 우려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특히 에어소프트건은 군사훈련 효과도 있어 나라 안보와도 연관이 있는 만큼 오히려 지금 보다 제한을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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