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온통 우울한 사건 투성이인 가운데, 모처럼 밝은 소식이 우리 귀를 번쩍 띄이게 만들었다. 지난 5월 30일 오후 3시22분(현지시간) 미국에서 사상 최초의 민간 우주선이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전기자동차 테슬라로 잘 알려진 앨런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민간인을 태운 '크루 드래곤'을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쏘아 올려 도킹까지 성공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우주개발은 천문학적인 비용과 고급인력, 안보 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민간인이 추진한다는 것은 꿈도 못꿨던 분야였다. 하지만 앨런 머스크는 남들이 감히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분야에서 꿈을 키웠고, 마침내 성공의 축배를 들 수 있게 됐다.
1971년생인 머스크는 24세에 집투(ZIP2)라는 회사를 창업해 1999년 컴팩에 매각한 뒤 돈을 만졌다. 그 뒤 엑스닷컴이란 기업을 창업해 다시 이베이에 매각하며 엄청난 돈을 벌었다. 그 자금을 무기로 머스크는 인터넷, 우주공간,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사업을 하겠다는 그의 꿈을 하나씩 실현해나가고 있다. 이번에 민간 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스페이스X 역시 2002년 6월에 머스크가 설립한 세번째 회사다.
이쯤에서 나올 법한 얘기가 있다. '한국에는 왜 머스크 같은 기업인이 없나'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을 비교하며 우리에게 혁신이 없다고 한탄할 일도 아니다. 앨런 머스크는 미국에서도 흔치 않은 '창조적 파괴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머스크의 어린 시절은 평탄치 않았다. 그런 이력 때문인지 머스크의 꿈은 평범한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머스크는 시속 1000㎞가 넘는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하이퍼루프나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전기연료 비행기,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뉴럴링크 프로젝트 등 일반적인 상식을 넘어선 분야에서 사업의 꿈을 키우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사업 초반 그가 벤처기업을 매각하며 벌어놓은 돈이 그의 꿈을 실현하는 데 커다란 밑천이 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벤처기업인들에게 '모험정신'이 사라진 것은 되돌아봐야 할 부분이다.2000년대 초반부터 포털, 게임 등의 분야에서 부를 일군 이들은 지금 웬만한 대기업을 우습게 볼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최근 코로나19로 게임 등의 벤처기업 시가총액은 국내 10대그룹 상위 기업들보다 많을 정도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들에게 혁신과 도전은 사라졌다. 정부와 시민단체 등의 규제·견제 탓도 있겠지만 그건 핑계에 불과하다. 게임의 사행성, 포털의 독과점 논란 등 사업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자 창업 1세대들은 전문경영인들을 앞에 내세우고는 은둔의 삶 속으로 숨어버렸다. 그들이 처음 만들어 성공한 사업 아이템 이후 '혁신'에 가까운 신규 아이템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들에겐 새로운 사업을 과감하게 추진할 자본과 인력이 충분하다. 그럼에도 이들의 혁신을 위한 노력은 오히려 굴뚝산업에 종사해 온 전통적인 '재벌'들보다 못한 게 현실이다. 한 때 젊은 예비창업자들은 선배 벤처기업인들을 롤모델 삼아 실패를 두려워않고 창업 현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지금 예비기업인들에게 모범을 보여줄 선배들은 눈 씻고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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