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해 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18년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 제도를 도입한 이후 심의위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수사팀이 구속영장 청구 등 수사 일정을 강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이날 오전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접수했다.
검찰은 지난 2018년 7월부터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혐의를 수사해 왔고 지난해 9월부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통한 그룹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도 수사를 확대해 왔다. 지난달 26일과 29일에는 이 부회장을 두 차례 소환 조사하면서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영장이 청구되자 삼성측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지만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변호인단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지 이틀만에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
심의위는 검찰 자체 개혁을 위해 도입한 제도로, 소집 신청에도 불구하고 수사팀은 구속영장 청구하는 '초강수'를 띄웠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검찰이 개혁 취지와 인권보호까지 스스로 걷어 차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7년 검찰의 기소권과 영장청구권 독점을 깨뜨려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구가 많아지자 검찰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설치'라는 대응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심의위는 검찰이 아닌 외부 전문가들의 판단으로 기소의 적절성을 따져볼 수 있는 제도로 견제 받지 않는 검찰의 폭주, 이에 따른 인권 침해 사례가 잇따르자 검찰이 '외부 통제를 받아 스스로를 옭아매겠다'고 나선 자체 개혁 방안이었다.
애초 기소를 염두에 두고 수사를 하다 보면 수사팀 내부에 자기확증편향이 생겨 반대되는 증거가 나왔을 때 합리적인 판단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권한 남용과 인권 침해로 이어진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검찰은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가진 사회 각계의 전문가'들을 심의위원으로 위촉해 수사의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등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검찰이 수사에 이어 기소에서도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삼성의 뉴 삼성 전략 차질은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악화된 경제에 더욱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 피의자의 신청에 따라 소집된 심의위는 구속영장 청구 심의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이번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는 검찰이 심의위 판단을 건너뛰기 위해 규정의 맹점을 악용한 편법적 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무리한 수사에 무리한 영장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면서 "자존심이 상했다는 이유로 검찰이 오기를 부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하자마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식이라면 이런 제도는 도대체 왜 있는 것이냐"면서 "피의자는 억울함을 호소할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검찰 수사심의위 도입 취지가 '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 제고'인데 이를 신청했음에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검찰이 국민신뢰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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