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열어주는 쌀(밥) 최고 전문가
사회적 책임과 사명감으로 만들어 낸 저단백밥
"건강한 밥으로 삶의 질을 더 높여줄 것"
쌀밥을 마음껏 먹을 수 없는 200여 명의 희귀질환자에게 아침밥을 선물해준 이들이 있다. 페닐케톤뇨증(이하 PKU) 등 선천성 대사질환을 앓는 이들을 위해 '햇반 저단백밥'을 개발한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Processed rice&grain팀이다.
햇반 저단백밥은 단백질 함유량을 일반 햇반의 10% 수준으로 낮춘 식품이다. PKU 등 선천성 대사질환을 앓는 이들을 위해 CJ제일제당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명감으로 2009년 내놓은 이른바 '재능기부형' 제품이다.
◆최고 전문가들이 만들어낸 당신의 아침밥
정효영 식품연구소 Processed rice&grain팀 수석연구원(44)은 팀원 16명을 '쌀(밥)에 관한 한 최고 전문가들'이라고 소개했다.
2000년 6월 졸업하자마자 CJ제일제당에 입사한 정효영 수석연구원은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전분 화학을 연구했다. 입사 초기에는 밀가루를 베이스로 한 부침 가루, 튀김 가루 등 프리믹스 제품군을 개발했고, 프리믹스 제품군 중에서도 쌀가루를 활용한 프리믹스를 개발하면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당시 쌀가공센터로 합류했다. 쌀가공센터는 Processed rice&grain팀으로 팀 명이 바뀌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15년째 햇반을 중심으로 한 쌀가공품을 개발 담당하고 있다.
현재는 햇반 흰밥, 햇반 잡곡밥, 기능성 햇반 등 다양한 '햇반' 제품과 밥을 중심으로 한 HMR 제품인 '햇반컵반', 그리고 18년도 말에 출시된 '비비고 죽' 등 쌀을 활용한 모든 제품을 개발하고 쌀에 대한 기초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시간은 10배, 대상은 200명…그런데 왜?
햇반 저단백밥은 일반 햇반과 비교해 생산에 소요되는 시간이 10배 이상 걸린다. 쌀 도정 후 단백질 분해에 걸리는 시간만 꼬박 하루가 걸리는 등 추가로 특수 공정 과정들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생산 효율이 떨어지는 데다가 200여 명을 위한 제품이라 이윤만을 생각한다면 판매를 고려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단백밥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정효영 수석연구원은 "임직원 중에 PKU 질환을 앓고 있는 자녀가 있는 분이 있었다. 그분이 당시 대표에게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1등 하는 즉석밥 업체인데 환우들이 일본에서 만든 밥을 먹고 있다'면서 저단백밥 개발에 대해 건의를 했다. 대표는 그 이야기를 듣는 즉시 연구소에 개발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2009년 3월 연구개발에 착수, 총 8억 원 투자와 7개월간의 연구 끝에 독자적 기술과 제조 시설을 구축했다. 부산공장과 함께 숱한 연구와 테스트로 밤을 새워갔다. 그 결과 같은 해 10월 말, 햇반 저단백밥을 내놓는 데 성공했다. 그 후로 10년간 생산된 햇반 저단백밥은 약 150만 개에 달한다. 환우 200명 식탁에 햇반 저단백밥이 하루 두 끼 이상 꾸준히 오른 셈이다.
정효영 수석연구원은 연구·개발을 하면서 '기준'과 '맛'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PKU를 앓고 있는 환자들은 단백질을 제한해서 먹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백질 분해 산물들이 뇌에 쌓여 장애가 오기 때문"이라며 "먹을 수 있는 단백질의 양이 제한되기 때문에 그 기준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밥에서의 단백질은 줄이되, 밥 품질은 일반 밥과 별 차이가 나지 않게 하는 것 또한 각별히 신경 썼던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 보람
20년간 수많은 제품을 연구·개발해온 그이지만 제품 품질 유지가 마냥 쉽지만은 않다. 다른 가공식품과 달리 Processed rice&grain팀의 원재료는 쌀 뿐이다. 쌀의 품질이 바로 밥의 품질로 연결되기 때문에, 그만큼 연구원들이 밥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매일 맨밥을 엄청나게 시식한다. 반찬과 함께 먹으면 제대로 판단할 수 없으므로 맨밥을 하루 수십 개 먹을 때도 있다. 정효영 수석연구원은 "힘든 부분이긴 하지만 결국 보람을 얻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 가을 햅곡 수확 철이 되면 햇반에 사용하는 쌀이 많다 보니, 산지별로 쌀을 샘플링하고, 샘플링 한 쌀을 연구소에서 테스트하고 공장에 새로운 제조조건 등을 세팅해 주는 일련의 과정들이 있다. 테스트할 쌀들도 많고 연구소 파일럿에서 만들어야 하는 제품의 양도 엄청나서 매년 10월~11월 사이에는 정말 정신없이 바쁠 수밖에 없다. 정효영 수석연구원은 "파일럿에서 계속 테스트를 하게 되면 스팀 때문에 땀에 흠뻑 젖어서 다이어트가 절로 될 정도"라고 부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정효영 수석연구원은 "국내 즉석밥 시장 독보적 1위 업체의 연구원으로서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국내 대표 즉석밥 제조업체로서 국내에서 쌓은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향후에 글로벌까지 확장해 전 세계인들에게 맛있고 편리한 밥 제품을 제공해 한국의 기술력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큰 비전과 목표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효영 수석연구원은 저단백밥을 개발하며 보람을 느꼈던 순간들을 털어놓았다. 그는 "PKU 환우 부모님들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 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 PKU 환우 중 아이들이 있는데 그 아이들이 맛있게 밥 먹는 모습을 보았을 때, SIAL이라는 국제식품박람회에서 혁신제품으로 수상했을 때, 저단백밥이 사회공헌(착한 소비)의 사례로 교과서에 실렸을 때 등" 많은 순간을 나열했다. 특히 "기업 재능기부 사례나 제품으로 언급될 때 햇반 담당연구원으로서 작지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벅찬 뿌듯함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더 건강한 밥을 선물하기 위해
정효영 수석연구원은 "저단백밥은 PKU이나 단백질 식이를 제한해야 하는 신장질환자분들에게 밥에서 단백질을 줄여줌으로써 삶의 질을 더 높여주는 제품이다. 앞으로도 햇반은 편리하고 맛있게 먹는 일반제품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햇반으로 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잡곡밥이나 다양한 밥들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햇반 저단백밥처럼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햇반이 소비자들에게 더욱더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소비자들이 역시 햇반은 다르다고 생각하는 차별화되고 의미 있는 제품들을 개발하고 싶다"며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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