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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KBS의 도 넘은 삼성 때리기

공영방송이란 한국방송공사(KBS)의 삼성 때리기가 지나치다. 며칠전 KBS는 국내 저널리즘을 비판한다는 토크쇼를 통해 삼성전자의 특정인을 공개적으로 비방했다.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의 뉘앙스나 표정을 봤을 때 비방을 넘어 비아냥거림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었다.

 

토크쇼 패널들은 삼성전자의 특정 임원을 이름까지 거명하며 한겨레 기자 출신이 삼성에 입사한 것을 알게 됐다며 "너무 충격이었고 슬펐어요"라고 표현했다. 다른 패널은 해당 임원이 이재용 부회장의 가방을 들어주는 장면을 보여주며 "이 장면이 슬픈 생각이 들게 하는 거죠"라고도 했다. "그 현장에 다른 기자들이 가방을 들어주는 분을 보면 부럽다고 생각할까, 부끄럽다고 생각할까 그것도 궁금했다"고도 했다.

 

그런데, 기자로 있다가 기업체 홍보직으로 자리를 옮기면 슬프고 충격적인 것인가. '기자=언론은 고귀한 직종이라 기업체 가면 슬픈 일이 되는 것인가.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이나, 거기에서 오너를 수행하는 사람들은 부끄러운 일을 하는 사람들인가.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 슬플수도 있고 충격일수도 있다. 한 때 삼성에 비판적이었던 기자가 거액의 연봉에 팔려갔다고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겨레가 자기 회사 기자를 삼성에 팔아먹은 것도 아니고, 본인의 의지와 삼성의 의지가 맞아 떨어져, 10년도 전에 이직해 임원으로만 수년째 근무하고 있는 사람을 이제와서 대놓고 실명을 공개하고 얼굴까지 보여주며 한겨레 출신 기자라고 밝힌 것은 아무리 봐도 정도가 지나치다. 해당 임원이 범죄자도 아니고, 범죄 혐의를 받은 것도 아닌데도 단지 한겨레 출신이었다는 이유로, 이재용 부회장의 가방을 들어주고 있다는 이유로 마치 뭔가 잘못된 일, 비굴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처럼 평가한다는 건 공영방송에서 할 일이 아니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판한다며, 삼성의 눈치를 보는 한국의 언론들을 비판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특정인의 명예나 인격을 무시해도 된다는 발상이 정말 참기 힘들고 불편했다. 그것도 공영방송에서.

 

삼성뿐 아니라 대기업, 중소기업, 심지어 벤처기업에도 기자들이 많이 이직해있다. 한겨레뿐 아니라 고귀하신 KBS에서는 잘 모르는 중소 매체 출신의 기자들도 많이 이직 한다. 거꾸로 기업에 들어갔다가 기자를 해보겠다며 이직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직을 하는 이유는 개인 사정이다. 이직하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건 초등학교 때부터 듣던 소리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의 패널들 인식 저번에는 사회 정의를 외치는 고귀한 언론사 기자가 대기업에 들어가 총수 가방이나 들어주다니 한심하다는 괴상한 편견이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방송사 기자들은 정권에 잘 보여서 국회의원이 되고 청와대에 들어간다. 패널들 말처럼 '달콤한 제안'이나 '유혹'에 넘어가는 기자들도 있지만 권력의 유혹에 넘어가는 기자들도 있다. 그 모든 사람이 잘못된 것인가. 기자는 죽을 때까지 기자로 살고 종업원은 죽을 때까지 종업원으로 살아야 한다는 의미인가.

 

KBS는 공영방송이다. KBS는 아무리 방만경영을 해도 국민에게 거의 강제로 거둬가는 시청료로 적자를 채워주니까 월급 걱정 안하고 우아한 말만 하고, 사장을 임명하는 정권의 눈치만 보면 그만일게다. 하지만 다른 언론사는 민간기업이다. 기자들이 사회정의를 외치더라도 누군가 월급을 주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이중적인 구조다. 생계를 이유로, 또는 다른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직한 특정개인을 비방하는 건 다시는 없어야 한다. 아무리 토크쇼라는 형식을 빌어도 공영방송에서 내보낼 내용이 있고, 개인 동영상채널에서 내보낼 수준의 프로그램이 있다. 내가 낸 시청료가 저런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일조했다니, 정말 시청료를 계속 내야 하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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