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 코쿠닝(Covid Cocooning)'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누에고치(cocoon)를 뜻하는 코쿠닝은 위험한 환경으로 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하는 현상을 말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경제활동과 생활의 중심이 안전한 집안으로 옮겨지면서 전례없는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홀거 토스카 유니레버 식품 연구개발(R&D) 센터장은 "코비드 코쿠닝 현상은 앞으로 오래 지속되며 식품 산업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을 경영의 중심에 두고 소비자의 건강은 물론, 지구 환경 까지 고려한 혁신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트로미디어가 주최한 '2020 퓨처 푸드테크 코리아(FFTK2020)'에 기조강연자로 참여한 토스카 센터장은 식품과학 및 신선소비재 산업에서 30년을 일하며, 생명과학 기초연구부터 식품연구개발, 생산까지 전단계를 경험한 식품R&D 베테랑이다. 유럽은 물론 아시아 지역을 두루 경험하며, 글로벌 식품시장 트렌드와 미래식품 개발에 탁월한 인사이트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코로나19 이후 체감한 변화가 있다면.
"코로나19로 세계 식품업계가 가장 먼저 직면한 것은 중국에 의존했던 공급의 중단이었다. 지난 5년간 식품산업은 주요 생산지가 비용이 저렴한 중국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의 생산이 중단됐고, 국가 간 식자재의 운송이 중단되거나 운송을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이제 기업들은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재고량을 늘리고, 대체 식자재 사용을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조치하거나 제품 포트폴리오를 단순화 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다.
- 소비자들의 생각도 바뀐 것 같다.
"소비자들은 먹거리에 대한 더욱 투명하고 명확한 정보를 원하고 있다. 내가 먹는 음식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떤 방식으로 운송이 되는지 등에 대한 투명셩을 요구한다. 이제 사람들은 우리의 사회와 환경이 얼마나 빨리 망가질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됐고, 나 뿐만 아니라 지구 환경의 지속가능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음식들도 각광을 받고 있다. 소비자들은 앞으로 육류를 기피하고, 인공육과 식물성 고기 그리고 비건 음식들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수산업과 농업에 까지 이러한 동물 복지, 건강, 환경 문제가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으로 본다."
- 이러한 변화가 얼마나 이어질 것으로 보나.
"뉴노멀은 올드노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가 경제와 국민 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몇 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사람들은 코로나가 인류의 마지막 전염병이 아닐 것을 알고, 안전한 환경을 찾아나서고 있다. 건강과 안전에 대한 관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의 위기는 음식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이고 있다. 이미 많은 시장에서 성장해왔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역시 코로나로 인해 더욱 빠르고 강하게 이어질 것이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 푸드테크의의 변화는.
"로봇, 대체육과 같은 주요 트렌드는 코로나19 이후 훨씬 강화될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로봇과 인공지능(AI)에 빠르고 쉽게 적응하고 있다. 로봇 카페와 무인 식당 등은 더 안전하고 위생적인 공간으로 여겨져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주류 소비를 줄이고 대안을 찾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음주는 우리 몸의 힘과 면역력을 낮추고 불안전한 행동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편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집에 갇혀 절제하는 삶을 벗어나거나, 삶을 즐기고 싶은 욕구가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소득 소비계층의 경우 이러한 욕구가 매우 사치스러운 소비로 나타나 식품업계와 외식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다."
- 외식업계가 생존하기 위해선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코로나19로 인한 단기적인 영향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시 문을 연 후 식당을 방문하는 고객들에 안전하고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면 고객들은 더 빨리 돌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직원은 손님을 위한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훈련돼 있어야 한다. 특히 식당은 비대면 구매와 음식 배달로 새로운 이커머스 채널을 열어야 한다. 무엇보다 레스토랑이 가진 고유의 특성(DNA)을 유지하며 비대면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포장 방식은 또 다른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
-한국은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이 이미 활발하다.
"한국의 이러한 배송 서비스는 코로나 이후 큰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배달 속도, 가격 경쟁력은 물론 도착시 식품 품질이 승자를 결정한다. 환경 친화적인 재활용이나 리필 솔루션을 통해 소비자의 신뢰와 충성도를 높이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 포스트 코로나를 맞는 식품 기업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한다.
"무엇보다 공급망의 탄력성을 확보해야 한다. 되도록 현지에서 자원을 찾고, 수입원에 대한 대체 재료를 확보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그리고 모든 공급망과 제조 방법 등은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 해야 한다. 지속 가능성은 향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생산하는 제품들은 면역력을 높이고 신체, 정신 건강에 도움을 줌과 동시에 환경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이어질 경기 침체에 대비해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브랜드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다. 브랜드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들에 브랜드의 의미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리는 것은 제조비용을 줄이는 것보다 유리할 것이다."
- 한국은 여전히 새로운 기술에 대한 규제가 많다. 코로나 이후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규제 시스템은 사실 소비자가 새로운 기술의 혜택을 안전한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돕는 장치다. 그런 의미에서 규제는 항상 필요하지만 새로운 혁신의 시장 진입을 막아서는 안된다. 식품 부문에는 안전 표준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있다. 이러한 합의들은 소비자의 신뢰를 지키고, 제품의 안전과 품질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 새로운 제품의 제조, 혁신 자체를 막기 위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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