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발(發) 경제제제로 촉발된 한일 갈등에 이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항공수요가 급감해 항공업계가 벼랑끝에 내몰렸다. 이같은 악재 속에 제주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등 위기를 맞은 항공사들의 구원투수로 매번 이름을 올려 왔지만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는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스타항공의 경우 제주항공의 인수를 위한 노사갈등을 무릅쓰고 체질개선을 진행했지만 오히려 제주항공 인수합병(M&A)가 독으로 작용하면서 파산 위기까지 내몰린 상태다. 이스타항공에 찾아온 위기를 3회에 걸쳐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제주항공, 항공사 M&A에 기웃기웃… '경쟁사 흔들기' 비판
애경그룹 계열사인 제주항공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 당시와 올해 이스타항공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인수전 초반 적극적인 모습과 달리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항공업계에서는 애경그룹이 경쟁 업체의 노하우를 빼가거나 항공업계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등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애경그룹은 무리한 정보를 요구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애경그룹은 인수전 참가 업체중 유일하게 아시아나항공의 기밀 자료인 '항공기 리스 계약조건'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항공기 리스 계약조건은 항공사의 기밀 중에서도 최고급 기밀에 속하며, 리스사와도 비밀유지 계약이 체결되어 있는 핵심 정보다. 이 때문에 항공사들도 이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
당시 항공업계에서는 애경그룹의 요구가 무리하다는 비판이 일어나기도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은 보잉 737 항공기만 보유하고 있어, 만약 다른 기종의 항공기를 구매할 경우 아시아나가 제공한 리스 계약조건은 리스사를 압박하는데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당시 항공업계에서는 애경이 아시아나 인수보다 운영 노하우와 장거리 운항에 대한 정보 습득을 위한 행위였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논란에 휩싸인 지 불과 1년여 만에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매각을 둘러싸고 또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제주항공이 올해 초 이스타항공에 대한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 9일 국제선 운항을 중단한 데 이어 같은 달 24일부터는 그나마 남아있던 국내선까지 아예 운항을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셧다운'에 돌입했다.
이 때문에 매출 자체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유동성 위기가 극심해져 2월에 일부만 지급했던 직원 급여를 3월부터는 아예 지급하지 못했고, 결국 체불 임금 문제가 오히려 양사의 M&A에 큰 걸림돌로 부상했다.
◆제주항공 M&A 위해 기안자금 포기한 이스타만 '멘붕'
현재 이스타항공은 재무제표상으로는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다. 임금이나 항공기 리스비는 물론 임대료, 통신비(시스템 사용료) 등을 모두 체납하는 등 사실상 파산이 임박했다. 1분기 말 기준 부채는 2200억원에 이르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이고, 운항 중단으로 매달 250억원의 빚이 새로 쌓이고 있다. 올해 말이면 부채는 4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인수를 위해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은 비용 절감을 위해 리스 항공기 18대 중 5대를 반납했으며, 계약직을 포함해 약 350여 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 인수를 위한 체질개선을 진행, 대규모 구조조정 단행하면서 기간산업안정자금 기준(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 수 300인 이상)을 충족하지 못해 이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제주항공의 인수만 기다렸던 이스타항공은 파산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또한 국토부가 올해 상반기 진행한 항공권 배분에서 제주항공에 대한 논란도 야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추진에 따라 특혜를 받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5월 국토부 항공교통심의위원회의 운수권 배분 결과 25개 노선 운수권 중 가장 많은 11개 노선을 배분받았다. 마카오 등 지역에서 이원5자유권(현지 승객을 제3국으로 태울 수 있는 권리)과 중간5자유권(제3국을 거쳐 운항할 수 있는 권리)을 받은 항공사도 제주항공뿐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운수권을 배분할 때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를 전제하고 진행했을 것"이라며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할 경우 후폭풍은 예상보다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측은 "지난 5월 운수권 배분에 대해 특혜로 보긴 힘들다"며 "제주항공이 운수권을 받은 11곳 중에서 9곳이 비경쟁노선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한편 애경그룹은 제주항공 인수 포기로 이스타항공 직원 약 1600여명이 일자리를 잃을 경우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경그룹은 과거 '살인 가습기살균제'롤 논란이 됐을 때도 사태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보다는 거짓말로 일관하며 문제가 된 바 있다. 특히 당시 애경그룹 채동석 부회장은 "재판 결과에 따라 대응하고 사회적 책임을 지겠다"고 입장을 내놨을 뿐 구체적인 피해보상 대책에 대해서는 언급은 피해 논란이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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