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대한민국 최초로 육군 대장에 올랐던 백선엽 장군이 향년 10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대한민국 육군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리던 인물이 진짜 역사의 기록으로 남게 됐다.
역사는 여러가지 면들이 있다. 마치 100원짜리 동전을 앞에서 보느냐 뒤에서 보느냐, 혹은 세워서 보느냐에 따라 보여지는 것은 각양각색이다. 당연히 역사를 바라보는 사관에 따라 해석도 달라진다. 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의미를 풀어내는 사관의 차이를 어디가 맞고 어디가 틀리다고 콕 찝어 줄 현자가 많을까.
대한민국 육군의 역사라 불리는 백 장군에 대한 평가도 사관과 관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민족주의적 사관과 진보성향의 정치관에서는 친일부역자, 근대화이론에 입각한 사관과 보수적 정치관에서는 한국전쟁의 영웅으로 각각 보여질 것이다.
일개 평기자, 중기복무를 한 육군말단 장교출신이 군의 대선배를 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렵운 일이다. 다만, 백 장군이 보훈의 중립적 가치를 다시금 돌이켜 보게 만들었다는 점과 역사로 떠난 분을 더이상 붙들어 둬서는 안된다는 점은 확실해 보이는 듯하다.
육군은 백 장군의 사이버 추모관을 열었다. 사이버 추모관에서 고인의 직함은 '예)대장'으로 표기돼 있다. 1960년 5월 31일 예비역이 아닌 퇴역으로 군을 떠난 선배를 영원히 예비역이란 직위로 육군에 묶어두고 싶었던 것일까.
이에 반해 여당은 백 장군이 임종을 앞두기 전, 친일파묘법을 제안했다. 친일을 한 자를 국립묘지에 안장해서 안된다는 내용이 골자다. 국립묘지는 군인뿐만 아니라 독립유공자와 민주화유공자 등 나라를 위해 공헌한 이들이 잠들어 있기에 수긍은 된다.
그렇다면, 독립유공자라할지언정 민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6.25) 당시 남침을 감행한 북한군의 쪽에 섰거나, 북한 정부의 요인으로 돌아선 인물을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건 괜찮은 것일까. 현재까지는 친북인사의 국립묘지 안장은 없지만, 시간이 흘러 공론화 된다면 대한민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옳은 것일까.
대한민국 진보·보수 양 진영이 친일이라고 분류하는 명확한 기준과 공과(功過)의 무게를 잴 저울을 지니고 있는지 꼭 묻고 싶다. 살아있는 자에 대한 역사적 해석은 이해 당사자들이 많기에 객관적이기 힘들다.
외국의 사례를 봐도 그렇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협조했던 프랑스 비시정부의 국가주석 앙리 페탱 원수는 제1차세계대전 당시 독일을 상대로 싸워이긴 전쟁영웅이었지만,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페탱은 종신형을 언도받고 복역 중 사망했다.
한국전쟁 발발 70주기, 향년 100세의 나이로 영면에 든 백 장군은 말이 없다. 고인의 죽음이 정쟁과 논쟁의 수단이 아닌, 미래를 향해 걸어가야 할 후세의 좋은 가르침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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