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2월 제주항공 제의로 매각이 결정되면서 회사 체질개선에 집중했다. 당시 제주항공은 3월 이스타항공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고, 4월 말까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업계 전반의 위기가 확산되면서 제주항공의 분위기가 예사롭지않게 흘러갔다. 해외 기업결합심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최종 딜 클로징을 두 차례나 연기했다.
◆이스타항공 체질개선 오히려 위기 불러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이스타항공의 상황은 재기불능 상태에 도달했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이 매각 입장을 내놓은 3월부터는 국제선은 물론, 국내선까지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현재 모든 영업활동이 중단됐다. 임금이나 항공기 리스비는 물론 임대료, 통신비(시스템 사용료) 등을 모두 체납하는 등 파산에 임박한 상태다.
1분기 말 기준 부채는 2200억원에 이르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이고, 운항 중단으로 매달 250억원의 빚이 새로 쌓이고 있다. 올해 말이면 부채는 4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인수를 위해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은 비용 절감을 위해 리스 항공기 18대 중 5대를 반납했으며, 계약직을 포함해 약 350여 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결국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이 인수하지 않으면 사실상 생존 자체가 어려운 상태다.
이에 대해 항공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이 매각을 진행하면서 외눈박이식으로 제주항공만 바라보면서 위기가 확대됐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스타항공은 매각을 준비를 해왔고 그 중 제주항공이 인수에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쳤다"며 "결국 이스타항공은 다른 매각 주체를 찾지 않고 제주항공에 올인하면서 현재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제주항공이 인수의지를 내비치지 않았더라도 이스타항공은 스스로 생존할 가능성은 희박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은 서로 탓만 하며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전 노선 운항 중단이 제주항공의 요구했고, 이 여파로 손해가 더욱 커졌다는 입장이다. 반면 제주항공은 '이같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지난 3일 "제주항공이 고의적으로 셧다운과 구조조정을 지시했다"며 "이스타항공을 파산으로 내몰았다"고 규탄했다. 노조는 "체불임금, 각종 미지급금 등 8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15일 이내 갚으라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라며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거부한다면 정부 지원이 여의치 않은 상태에서 파산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셧다운은 양사간 합의에 이뤄진 것"이라며 셧다운 지시설을 부인했다.
종합해보면 이스타항공은 SPA 체결 이후 제주항공의 지시를 따르다가 경영난이 가중됐다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고, 제주항공은 사실 무근이라며 발을 빼는 모습이다.
◆제주항공 인수 미궁속으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선행조건 미이행 시 인수합병(M&A)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며 제시한 마감일(15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인수 성공에 대한 불씨가 희미해지고 있다.
현재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요구하는 사항은 이스타항공 태국 현지 총판 타이이스타젯의 지급보증 사안 해소와 이스타항공 체불임금과 조업료·운영비 등 그간 이스타항공이 연체한 각종 미지급금 문제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같은 내용 이외에도 풀어야 할 문제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최근 이슈로 떠오른 문제 이외에도 이스타항공이 계약상으로 해결해야할 부분이 산적해 있다"며 "계약 조건을 공개할 수 없지만 현재 이스타항공은 구두로만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는데 이는 서로 입장차를 좁히는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스타항공이 선행조건을 일부분 해결한다 해도 이를 제주항공이 받아들일 것인지는 미지수다. 체불 임금 문제가 해결되어도 이스타항공의 전체 미급금의 15% 밖에 되지 않으며, 제주항공의 2대 주주인 제주도(지분율 7.75%) 측이 사실상 이스타항공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또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불법 증여 의혹도 제주항공엔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작용한다.
만약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가 무산될 경우 이스타항공 파산 가능성이 높아져 1600여명의 대규모 실직자가 발생할 수 있다. 계약 파기에 대한 책임 소재를 두고 법정 공방에 들어갈 수도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오는 15일까지 이스타항공이 선행조건을 완료하지 못하면 인수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며 "그 이후 상황에 대한 입장은 추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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