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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소는 잡지 말아라

조선시대에는 우금령(牛禁令)이란 게 있었다. 나라에서 소를 함부로 도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명이었다. 농업사회에서 소는 장정 대 여섯명 이상의 일을 해내는 생산력의 원천이었다. 그런 소를 잡는다는 것은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이 되기 때문에 아예 나라에서 소를 못 잡게 했다.

 

물론, 당시 양반들이나 부잣집에서는 우금령을 무시한 채 소고기를 즐겼지만 국가 경제 차원에서는 그만큼 소가 중요했다는 의미이며, 일하는 사람과 생산수단이 줄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수 있어 '소고기의 유혹'을 뿌리치고 만든 궁여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정권이 가장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근본은 백성들이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것이다. 정치란 것도 궁극의 지향점은 백성들이 편안하게 살게 해주는 것이다. 요즘 시대에 국민이 편안하게 살려면 일할 기회를 만들어주거나, 일하는 사람들에게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일 게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처럼, 나눠먹을 파이부터 우선 키워야 하는 게 국가의 최우선 정책이다.

 

하지만 지금 정부나 집권당은 일을 열심히 해야 할 소를 잡지 못해 안달이 난 것 같다. 지금 세계는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이미 수년 전부터 저성장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내수로는 경제발전이 힘든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국가 성장에 기여하는 것은 기업들이다. 세계 곳곳에서 대한민국을 알리는 민간 외교관이기도 하다. 올해엔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마이너스 성장의 위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설립 이후 사상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했을 정도다. 그나마 일을 하는 '소'는 기업들이다. 그런데 소에게 힘내라고 낙지를 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소를 잡겠다는 법안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감사위원 분리선임 ▲다중대표소송제 등을 골자로 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전속고발권 폐지 ▲과징금 상한 상향 등을 핵심으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이들 법의 취지는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고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정책 사례를 볼 때, 그 결과는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다분하다. 경제계에서 이들 법안이 과도할 뿐 아니라 자칫 외국계 투기펀드만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 조항이 있어 신중하게 검토해달라고 호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정부와 여당은 집값을 잡겠다고 했다가 오히려 집 없는 서민들의 집 사기만 어렵게 만들었다. 소득주도성장을 펼치다가 최저임금을 너무 급하게 올리는 바람에 소상공인·자영업자들만 힘들게 했다. 대학 강사들에게 차별대우를 없애겠다고 고등교육법을 개정했다가 고급인력들을 대거 실업자로 만들었다. 모두 당초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은 정책들이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9일 '허심탄회'란 모임을 통해 4대 경제단체장들과 경제위기 극복 대책을 논의했다고 한다. 당 지도부가 경제단체장들과 지금의 경제위기를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과제를 도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회의 직후 터져 나온 이들 법안을 보면 할 말을 잃는다. 정부와 여당 행동을 보면 마치 '여우와 두루미'의 우화가 생각난다. 권력을 가진 분들이 진정 상대방을 배려하고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 들으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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