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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집값과 부채의 질

안상미 기자

집을 팔려고 내놨더니 전화통에 불이 났다. 집을 보여달라는 말 한 마디 없이 다짜고짜 계좌를 내놓으라는 전화다. 10분 뒤 가계약금이 들어왔고, 집은 내놓은지 몇 시간도 되지 않아 팔렸다. 불과 한 달 전 일이다. 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직후다.

 

집을 보지도 않고 산다고? 이들이 바로 정부가 때려잡으려 했던 투기세력 갭투자자구나. 안그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부인이 집보러 오는게 찜찜하던 차에 잘됐다 싶었다.

 

적폐 투기세력은 어찌 생겼을라나. 기대와 달리 결혼식을 앞둔 30대 중반의 커플이 안절부절 못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염치없지만 돈이 정말 없어 그러니 100만원만 깎아달라며 울음을 터트렸다. 결혼식 날은 받아놨는데 봤던 집은 먼저 팔리거나 아니면 집주인들이 가격을 하루만에 몇 천만원씩 올리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단다.

 

매도인도 옮겨갈 집을 사면서 급매로 내놨던 터. 서로 더 어려운 상황임을 들먹이며 가격을 지키려는 자와 깎는 자의 싸움이 시작됐다. 먼저 신용대출. 양쪽 다 맞벌이 부부 연봉의 1.5배까지 최대치. 비겼다. 20~30년 장기 주택담보대출이라면 더 많은 금액도 상환능력이 충분하지만 강화된 대출규제 탓에 매년 신용대출 갱신여부와 금리에 촉을 곤두세워야 한다.

 

다음은 개인연금 깨기. 그간 세제혜택을 받았던 걸 토해내는데 세율 16.5%를 알고 있는거 보니 진짜배기다. 마지막 보루였던 퇴직연금. 무주택자의 경우 내 집 마련을 위해 중간정산이 가능하다. 매수인은 부부가 다 퇴직연금을 깰 수 있지만 매도인은 한 명만 가능했다. 한 회사에 재직하면서는 한 번만 가능하다는 규정때문이다.

 

지키는 자가 이겼으나 찜찜한 기분은 떨칠 수가 없다. 정부는 적폐세력을 잡겠다고 규제에 나섰는데 30대 신혼부부는 울고, 40대 부부는 노후를 포기했다. 거치형은 불안하다며 원리금 상환을 외쳤던 정부는 1년 짜리 신용대출을 권장하는 모양새가 됐다. 1년 짜리 대출을 안은 실수요자, 향후 금리가 상승하면 부실위험을 짊어진 은행,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불안한 정부. 승자는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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