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은 오르는데 전세물건도 없다. 집을 어디서 구해야할 지 앞이 캄캄하다."
지난 25일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에서 만난 A씨의 하소연이다. 곧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집을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게 그의 말이다.
정부의 7·10 부동산 대책 이후 본격화된 서울 일대 전세대란 현상이 송파구와 강동구에도 이어지고 있다. 임대차 3법 추진에 따른 불안감, 보유세 인상분을 임차인에게 전가하려는 분위기 등은 전세대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임대차3법에 집주인, 막판 임대료 인상
임대차 3법(전·월세 신고제,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이 국회에서 통과될 조짐을 보이자 집주인들이 막판 임대료 올리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임대차3법이 통과되면 전셋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신규 아파트 공급량이 줄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전세시장이 쉽게 안정세를 찾을 지는 의문이다.
여기에 보유세 부담을 세입자에 전가하기 위해 기존 전셋집을 반전세 또는 월세로 전환하면서 전셋집 공급도 계속해서 줄어드는 형국이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전셋값 변동률은 휴가철 비수기에 접어들었음에도 전반적인 물건부족이 이어져 서울이 지난주보다 0.03%포인트 오른 커진 0.11%를 나타냈다. 송파구는 전 주 대비 0.14% 올랐다. 송파구 아파트 3.3㎡당 평균 전세가격은 2019만원이다.
지난 25일 송파구 일대에서 가구 수가 가장 많고 비싼 아파트로 알려진 잠실 리센츠, 엘스 아파트 일대를 찾았다. 지난 2008년에 건립된 두 아파트는 합쳐서 1만여 가구가 넘을 정도로 대단지를 구성하고 있지만 전세대란의 여파로 물건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특히 잠실은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구입)가 불가능하다.
리센츠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있는 부동산중개업소에 들어가 보았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엘스와 리센츠 모두 전용면적 108㎡가 10억원에 전세물건이 나왔다"라며 "82㎡의 경우 엘스가 8억원, 리센츠는 물건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워낙 물건이 없다보니 엘스 전용 82㎡를 7억원에 반전세로 들어오려는 신혼부부도 있었다"고 전했다.
◆신규 공급 부족…전세대란 오나
재건축 아파트 단지인 잠실주공5단지를 찾았다. 70년대 후반 잠실에 지어진 주공아파트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곳이다. 현재 이 아파트는 조합이 설립돼 재건축을 준비 중이다.
잠실 주공5단지 인근 중개업자는 "주공5단지 전세는 108㎡가 5억5000만원이다"라며 "7·10대책 발표 후 송파, 강동구는 평균 2억원가량 전셋값이 상승했는데 최근 1주일 사이에는 5000만원이 올랐다"고 했다. 그는 이어 "임대차3법 통과 전까지 집주인이 임대료를 계속 올리는 분위기인데 통과가 되면 가격이 조금은 안정될 것"이라고 했다.
송파구 바로 옆에 있는 강동구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강동구 아파트 3.3㎡당 평균 전세가격은 1537만원이다. 고덕 아르테온(전용면적 84.94㎡)은 9억5000만원, 고덕 그라시움(전용면적 59.78㎡)이 지난 25일 전세 5억5000만원에 물건이 나오는 등 품귀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그라시움은 5월 5억2000만원에 계약됐다. 2개월 동안 3000만원이 오른셈이다.
그러나 임대차3법이 통과되더라도 신규 공급 물량이 충족되지 않는 이상 불안한 전세시장을 안정시키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에 따르면 송파구의 경우 아파트와 연립의 공급량이 올해 1199가구지만 내년에는 494가구로 대폭 줄어든다. 강동구는 올해 6411가구에서 내년 2790가구로 감소한다. 따라서 오는 2021년에는 전세대란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게 함 랩장의 설명이다.
한편 임대차3법을 포함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다. 현재로선 2년의 기존 계약 기간이 지나면 한 번 더 계약을 2년간 연장하게 하면서(2+2안) 계약 갱신시 임대료 상승폭을 기존 계약액의 5% 이상 올리지 못하게 제한하는(5%룰) 방안이 유력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임대차3법 시행 직 후 전세시장에 잠시나마 안정세는 올 수 있겠지만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에는 아파트 입주 물량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전세불안 및 가격 상승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