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충격에 전 세계의 우량 기업들이 대거 매물로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조심스레 인수전을 준비하며 수직 계열화와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서는 분위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최근 진행된 미국 에탄크래커센터(ECC) 본입찰에 국내 한 사모펀드와 컨소시엄을 결성해 참여했다.
LG화학도 당초 인수 의지를 드러냈지만, 결국 본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 밖에 미국 엑손모빌 등 글로벌 화학 기업들이 한화솔루션과 경쟁하게 된다.
ECC는 에너지화학업체 사솔이 보유한 공장으로, 셰일가스에서 뽑아낸 에틸렌을 원료로 화학 기초원료를 생산한다. 사솔은 부채 비율이 증가하면서 일부 지분을 매각키로 했다고 알려졌다. 가격은 4조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한화솔루션은 ECC를 인수해 수직 계열화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여천NCC와 한화토탈 등 계열사가 있긴 하지만, 각각 대림산업과 프랑스 토탈과 합작한 회사였던 만큼 자체 생산 설비를 보유해 기초 화학제품을 직접 조달한다는 것. 아울러 원재료를 나프타와 에탄으로 다변화할 수 있어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업계에서는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ARM과 필립스 소형가전사업부가 매물로 나오면서 코로나19에 따른 본격적인 인수 합병(M&A) 시장이 열리게 됐다.
특히 ARM에 대한 관심이 높다. ARM은 모바일용 CPU와 관련한 원천 기술을 확보한 회사로, 삼성전자와 퀄컴, 애플 등 글로벌 주요 업체들이 거액의 로열티를 지불하는 곳이다.
일단 국내 업체들이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만들기 위해서는 ARM뿐 아니라 여러 기술을 조합해야 해서, ARM을 인수해도 별다른 기술적 시너지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각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 우려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40조~50조원 규모의 ARM 인수전에 나설 수 있는 곳이지만, 최근 이재용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로 발목을 잡혀있어서 나서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진다.
필립스 역시 국내 기업이 인수할만큼 매력적인 매물은 아니라는 평가다. 이미 국내 가전 업체들이 소형 가전 분야에서는 높은 기술력과 브랜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굳이 필립스 브랜드에 수조원을 들일 필요는 없다는 이유다.
다만 ARM의 경우는 경쟁사에 인수되면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으로 간접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일단은 미국 엔비디아가 인수 의지를 밝힌 상황에서, 눈치보기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그 밖에도 재계는 '실탄'을 준비하고 인수전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최근 현대HCN을 KT에 매각키로 하면서 1조원 규모 실탄을 마련한 현대백화점 그룹이 대표적이다. 바이오와 금융 등 부문에서도 M&A 준비가 한창이라는 전언이다.
SK그룹도 최근 바이오 사업 육성을 본격화하면서, 새로운 인수 합병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수직 계열화'를 경영 철학으로 삼고 반도체 분야에서는 이미 SK실트론과 머티리얼즈 등 인수에 성공한 상황이라, SK바이오팜이 상장 '대박'을 치면서 수조원을 확보하고 바이오 사업 수직 계열화로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시대가 급변하면서 인수 합병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떠올랐다"며 "상반기에는 코로나19로 M&A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하반기부터는 여러 기업들이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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