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규제 이대로 괜찮은가](상)누구를 위한 의무 휴업? 규제 강화='공멸'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말이 있다. 유통업계는 10년 전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보호를 명분으로 시작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또한 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소비 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간 현재 상황과 맞지 않는 법안을 개정하고 재검토해야할 필요가 있음에도 정부는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21대 국회에는 유통업계 규제 법안이 20건 넘게 발의된 상태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형마트에만 적용되던 의무휴업일을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 모든 업태로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홍익표, 김정호 의원도 출점제한 거리를 늘리는 등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냈다.
온라인쇼핑을 중심으로 소비지형이 재편되면서 대형마트는 최근 몇년간 줄폐점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마트는 지난 2분기에 4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냈다. 롯데마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매출은 1조 46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578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데다 정부의 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도 제외됐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롯데는 연내 16개 매장을 폐점하고, 향후 5년 안에 백화점, 마트, 슈퍼 등 오프라인 점포의 약 30%(200곳 이상)을 정리하는 대규모 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한 바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동안 온라인 쇼핑은 급성장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25조원이었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135조원으로 10년 새 5.4배나 몸집을 키웠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연평균 20%가량씩 거래액이 증가했다.
대기업 유통 채널은 정부 규제에 성장이 불가피해졌다. 2010년 초 전통시장·소상공인과의 상생을 목적으로 생긴 규제들이 2020년 현재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월 2회 의무 휴업은 물론, 마트의 온라인 주문까지 막으면서 소비자들도 불편을 겪는 상황이다.
최근 집중 발의되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도 업계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현재는 월 2회 의무 휴업이 대형마트에만 적용되지만, 발의된 개정안에는 백화점, 복합쇼핑몰에까지 월 2회 의무휴업을 적용하도록 되어있다.
중요한 사실은 백화점이나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상점은 중소기업이나 중소상공인들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대기업을 겨냥해 규제를 강화한다고 하지만, 의무휴업을 적용하면, 중소상공인이 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유통법상 '전통상업보존구역 1㎞ 이내 대형마트 입점 제한' 조항은 신규 출점을 가로막고 있다. 오는 11월 일몰 예정이 해당 조항은 애초 2015년 일몰 예정이었으나 당시 5년 국회를 거쳐 5년 연장된 것이다. 정부는 일몰 연장에 대해 논의 중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까지 나서서 대형마트의 경영악화 등을 이유로 대규모점포 규제를 재검토해달라고 공식 요구했지만, 정부는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쇼핑몰이 문을 닫으면 전통시장으로 소비자들이 향할 것이라는 시대착오적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꼬집었다. 교수는 "10년 전에나 대형마트VS전통시장 구도였지, 현재는 이커머스VS오프라인 구도다"라며 "현상황에 맞게 법이 개정되거나 일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마트가 설 자리를 잃게 되면서 수많은 일자리도 사라지게 생겼다. (유통산업발전법이) 한국경제에 손해를 끼치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커머스 기업들이 고속성장했음에도 계속해서 대기업 유통 채널만 규제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유통법으로 인한 규제가 전통시장·골목상권 살리기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는데도 법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공멸'의 길로 인도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