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무리하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키로 결정하면서 '무소불위' 권력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장 검찰의 개혁 의지에 의문이 커지는 모습이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불기소 권고를 무시한 탓이다.
수사심의위는 2018년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외부 전문가들을 통해 검찰의 수사와 기소 과정 등을 심의하고 정당성을 평가받는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심의위 결정을 모두 수용해왔다. 그러나 이 부회장과 관련해서는 수사심의위 권고 후에도 2개월여간 수사를 강행하며 수사심의위 권고를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소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며 의견을 바꾸라고 권고하는 등 강압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소를 위해 반대 세력들을 압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수사권 남용 역시 새로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1년 8개월여간 별다른 증거를 찾지 못한 것도 모자라, 수사심의위를 무시하고 수사를 지속하며 전문가들을 소환하고 결국 기소까지 결정했다는 이유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부정 승계를 지시했다는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대로 공개된 바는 없다. 최근 검찰에 불기소 의견을 철회하라고 종용 받은 관련자들이 일부 증거를 제시 받았다고 했지만, 실제 혐의를 입증할만한 내용은 아니었다고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검찰은 오랜 기간 무리한 수사를 이어가며 조직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왔다"며 "결국 기소 의견까지 내면서 검찰 개혁이라는 대의도 상실했다"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이 결국 기소되면서 삼성도 경영 공백이 불가피하게 됐다. 최근 반도체와 바이오 등에서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상황, 집행은 물론이고 추가 투자까지도 안개속으로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반도체 비전 2030'이 위기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파운드리 부문에 힘을 쏟고 있다. 극자외선(EUV) 공정을 발빠르게 도입하며 기술적으로는 1위인 TSMC를 앞서게 됐지만, 정작 점유율은 20%를 밑돌며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이 부회장이 해외 출장을 하지 못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보수적인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최고 책임자가 직접 나서서 신뢰를 쌓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
그나마 2016년 인연으로 최근 IBM의 새로운 제품인 파워10 수주에는 성공했지만, 인텔과 엔비디아 등이 물량을 크게 늘리는 상황에서도 삼성에는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 관련한 파기환송심에 이어 '불법 경영 승계'로도 사법 리스크에 빠지면서 앞으로도 한동안은 대규모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마찬가지다. 최근 1조74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인 4공장 증설을 발표했지만, 이 부회장이 발목을 잡히면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수합병을 위해 확보한 113조원 규모 '실탄'도 계속 묵혀둬야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미래 먹거리를 위해서는 대규모 인수합병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책임이 과중한 사안이라 이 부회장이 나서지 않으면 진행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와의 협력과 추가 투자 등 사회 공헌 활동도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은 2018년 출소 후 방북과 청와대 재계 총수 조찬 등 행사에 적극 참석했고, 문재인 대통령을 화성사업장에 초대하며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방한 역시 이 부회장 역할이 컸다고 알려져있다. 그러나 또다시 불법 승계로 기소되면서 대외 활동도 불가능하게 됐다.
수천억원대 투자자-국가간 분쟁(ISD) 패소 우려도 나온다. 엘리엇이 2018년 7월 제기한 ISD 소송이 이 부회장의 불법 승계를 주장하는 검찰측 주장과 같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소송에서 7억7000만달러(한화 약 9100억원) 피해를 주장하는 상황. 검찰이 이 부회장 기소를 강행하면서 소송도 엘리엇에 유리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기소되면서 삼성은 앞으로도 한동안 해외에서의 대규모 사업 활동이 어렵게 됐다"며 "삼성이 최근 수백조원을 투자하며 위기 극복에 동참해왔던 만큼, 투자 축소 등으로 국내 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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