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인천공항은 한산하다 못해 적막이 흐른다. 여행 가방을 끄는 공항이용객은 거의 볼 수 없고 대부분이 공항근무자들이다. 여객터미널 3층 중앙 벤치에 지난 3월부터 자리를 잡고 노숙하는 사람이 있다.
여행객이 많았으면 잘 보이지 않았을 텐데, 여객터미널이 한산하다 보니 그의 존재가 쉽게 눈에 들어온다. 150cm도 안돼 보이는 작은 키에 외소한 체격, 머리까지 밀고 몇 달간 옷을 갈아입지 않은 행색이 그동안의 노숙생활을 말해 주고 있다. 중국 국적인 그는 이름 팡친하오(FANG ZHENHAO) 한국식으로 부르면 방진호다. 올해 55세인 그는 중국 길림성 장춘시가 고향인 교포3세다.
1990년 결혼해 딸을 두었다는 방씨는 한때 북경에서 악세사리를 만드는 공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당국의 환경정책 때문에 2017년에 공장문을 닫아야 했고 어려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부인과는 이혼을 했고, 딸은 2012년경에 한국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방씨는 2018년 8월에 딸을 찾으러 처음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 경찰에 딸(방태림, 91년생)을 찾는 실종 신고를 했지만 지금까지 연락은 오지 않고 있다. 마땅한 돈벌이가 없었던 그는 보따리장사 속칭 '따이공'이 되었다. 한국에서 나갈 때는 화장품을, 중국에서 들어올 때는 담배를 가져와 체류경비를 만들고 근근이 살았다고 한다. 1년 반 동안 그는 20여 차례 한국과 중국을 오갔다.
그의 발길을 막은 것은 바로 '코로나19'였다. 2월까지는 마스크가 돈이 된다고 해서 마스크를 사서 중국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2월 말부터는 뱃길이 끊어지고, 항공편도 3월부터 중국에서의 입국절차가 강화되자 방씨는 인천공항에서 길을 잃었다.
배편이 끊기고 중국행 비행기 티켓도 구할 수 없어 그는 여객터미널에 눌러앉게 되었다. 상황이 좋아지면 출국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방씨는 작년 가을 서울시내 한 카지노에 갔다가 돈을 땄던 기억에 공항 근처 카지노로 가게 된다. 하루, 이틀 그렇게 그는 수중에 있는 700만원 가까운 전 재산을 날리고 노숙자가 되어 있었다.
여객터미널 노숙생활 6개월. 카지노에서 발급해준 티켓으로 하루 한끼 식사는 해결할 수 있었다. 방씨의 노숙을 눈여겨보던 주변 공항근무자들이 굶고 있는 그를 보면 식권이나 음료수를 주거나 햄버거 등을 사 주기도 했으나 제대로 식사를 못하고 계속 수척해져 가고 있어 주위 사람들은 안타깝기만 하다. 물론 카지노에서 식사를 더 할 수도 있지만 그에게는 지병이 있었다. 1993년 직장암 수술을 해 배에 배변주머니를 차고 있다. 밥을 많이 먹으면 배가 아프기 때문에 하루에 한 끼만 먹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코로나19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지만 방씨에게는 더욱 가혹한 형벌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찾을 수 없는 혈육, 돌아갈 수 없는 고향, 그는 하루하루 여객터미널에서 지쳐가고 있다. 뱃길이 열리거나 비행기가 정상화되면 들어가려고 했는데 발이 묶여 있고, 더군다나 가끔 있는 비행편은 평소보다 몇 배로 비싸 수중에 돈이 없는 방씨는 대책이 없다. 인구가 많은 그의 나라에서는 이런 일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그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만 안타까울 뿐이다. 체류기간이 만료되면 불법체류자가 되어 그나마 카지노에서 해결하던 식사도 할 수 없게 된다. 인천 출입국 외국인청은 다시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 체류기간을 9월 말까지 한 달 연장해 줬다. 코로나19로 공항에서 길을 잃은 방씨. 그에게 희망이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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