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5월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뉴 삼성'을 위한 개혁 의지도 내비쳤다. 준법감시위원회에 이어 노조를 허용하겠다는 약속과 경영진 교육, 세습을 포기하겠다는 내용까지. 대기업 총수가 쉽게 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자신 있게 공언했다.
처벌을 피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국정 농단'과 관련해서는 이미 1년간 수감됐던 터라 추가로 실형을 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고, '불법 승계'와 관련해서는 이미 많은 부분이 해명됐고 기소되기도 어려운 혐의라는 게 중론이었다. 이 부회장은 그저 삼성을 개혁하고, 그동안 국민들에 쌓였던 오해를 풀고 과오를 사죄하고 싶었을 테다.
그러나 사과는 부메랑이 됐다. 검찰은 수사심의위원회에서도 불기소 권고를 내린 불법 승계 혐의를 뒤집어 씌워 결국 이 부회장을 기소했다. 사과를 했으니 벌을 받아야 한다는 의중이다. 도무지 성립하기 어려운 배임 혐의까지 추가했다. 피해를 본 사람이 없는데도 피해를 줬다는 해괴망측한 논리다.
사과를 하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서일까. 문재인 정부는 '역대급'으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가 됐다. 부동산 정책이 '폭망'했는데도 벌써 3년째 뻔뻔하게 성공을 주장하고 있다. 청년 실업 문제가 극에 달했는데도 단기 일자리 확대 등으로 수치만 올려놓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고소가 무서워서 자세히는 언급할 수 없겠지만 개인사에서는 더 심각하다. 사소하게나마 자녀들의 교육이나 군 복무에서 '힘'을 쓴 정황이 발각됐지만 어느 순간부터 논점을 흐리더니 갑자기 '가짜뉴스'를 이유로 언론 보복에 나섰다. 그저 사과 한마디를 기다리던 국민들에게는 황당한 일이다.
사과는 어려운 행위다. 스스로 잘못을 알아야 하고, 남들에게 솔직하게 말해야 하고,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어떤 형벌보다도 효과가 큰 처벌이기도 하다. 유독 사과에 인색해진 요즘. 이제는 서로 사과를 하고 받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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