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 접종에 제동이 걸렸다. 백신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냉장 온도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으면서 품질 검증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을 막기 위해 시작됐던 국가 예방접종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무료 접종 백신을 믿을 수 없다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유료 접종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지만 정작 병의원에선 백신이 부족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1259만명분 접종 중단
질병관리청은 21일 밤 보도자료를 통해 "인플루엔자 조달 계약 업체의 유통 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22일부터 시작되는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점이 발견된 백신은 22일부터 무료 접종을 하려던 13∼18세 대상 물량이다. 정부에 따르면 조달 계약을 맺은 신성약품은 무료 접종 대상자에게 공급할 백신 1259만 도즈를 각 의료기관에 공급하게 되는데, 전일까지 공급된 500만 도즈의 일부 물량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1259만 도즈는 전체 무료 접종물량의 3분의2에 해당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냉장차가 백신을 지역별로 재배분하는 과정에서 상온에 일부 노출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노출 시간, 문제 여부 등은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은희 식품의약품안전처 과장은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면 품질 이상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다"며 "제일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면 효능을 나타내는 단백질 함량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백신이 없다" 초유의 사태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이 중단되면서 정부가 내세운 독감 예방접종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정부는 백신 품질을 최종 점검하는 기간을 2주로 잡고 있다.
문제는 백신 폐기량이 얼마나 되느냐다. 식약처가 백신 품질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1259만 도즈 물량을 전량 폐기할 경우에는 문제가 더욱 커진다. 당장 재생산에 돌입한다고 해도 내년 2~3월에나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백신 대란을 막을 방법은 없다.
정 청장은 "백신 물량 폐기는 어느 정도 문제가 있는지 판단한 뒤에 결정될 사안"이라면서 "공급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점검해서 의료기관이 자체 확보한 물량은 먼저 접종을 재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의원 곳곳에서는 이미 백신 물량 부족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트윈데믹'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 독감 무료 접종 대상자를 1900만명으로 대폭 확대하면서, 유료 접종 물량이 예년의 3분의1로 쪼그라든 영향이 컸다.
서울 강남구 한 피부과 원장은 "원래는 9월 중 독감 백신을 주문해 접종을 시작했는데, 올해는 이미 7~8월 부터 독감 백신 물량 부족으로 주문이 안됐고, 주문한게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며 "공적 물량이 늘면서 올해는 독감 백신을 아예 확보하지 못한 병원도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부터는 무료 접종을 믿지 못해 유료 접종을 맞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서울 서초구 소아청소년과에선 유료 접종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오전부터 몰려들었다.
17살 아이와 병원을 찾은 김모 주부는 "백신이 상온에 노출됐다는 뉴스를 보고 유료 접종이라도 시키러 왔다"며 "올해 백신이 부족할 것이란 얘길 들어서 아이와 같이 접종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