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도 돈 주고 못사게 하더니, 이제는 백신을 돈 주고도 못맞게 생겼네." 서울 한 내과에서 만난 주부가 혀를 끌끌 차며 내뱉은 말이다. 독감 백신이 다 떨어졌다고 말하던 간호사도 "정말 기가차다"고 했다.
사상 초유의 사태가 또 벌어졌다. 이번엔 백신 대란이다. 마스크 대란이 가라앉은지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정부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가 함께 유행하는 '트윈데믹'을 경고하며 백신을 꼭 맞아야 한다고 수차례 권했다. 그리고 올해 독감 필수 무료 예방접종 대상을 1900만명으로 500만여명이나 확대했다. 백신 대란은 어찌보면 예상된 결과였다. 올해 출하한 독감 백신은 2950만명 분량이다. 이 중 1900만명이 무료 접종을 받으면, 무료 접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19~61세에 할당된 분량은 1050만개에 그친다. 추가 생산도 어렵다. 당장 재생산을 시작한다고 해도 추가 생산분은 빨라야 내년 3월 공급된다. 매년 11월 중순 시작되는 독감 유행은 4월이면 대체로 끝이 난다.
이런 와중에 무료 접종분에도 문제가 생겼다. 정부와 조달 계약을 맺고 무료 접종 물량을 공급하던 신성약품이 백신을 냉장이 아닌 상온에 노출하는 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무료 접종은 중단됐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질 조사에 따라 백신의 폐기 여부가 결정된다. 이 제약사가 공급하는 물량은 1259만 도즈로 전체 무료공급 물량의 3분의2에 달한다.
병의원은 백신 물량 부족으로 전례없는 혼란을 겪고 있다.
한 내과 원장은 "정부가 트윈데믹을 운운하며 접종을 서두르라는 공문을 수차례 보냈다. 그런데 정작 백신은 다 가져가버린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마스크를 찾아 약국을 헤매던 사람들은 이제 다시 독감 백신을 찾아 병의원을 헤매게 생겼다.
한 30대 회사원은 "건강한 우리들은 이제 마스크에 이어 백신도 양보해야 하는거냐. 당연히 누리던걸 왜 자꾸 건드려 망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당연히 누려야하는 것을 누리지 못하는 세상은 코로나19보다 더 큰 공포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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