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지금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일궈 성공하고 싶다는 의욕을 가진 이들이 얼마나 될까. 사회는 고도화돼 웬만한 아이디어로 창업하는 건 엄두도 못낸다. 이미 제조업은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그나마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있어도 각종 규제와 제재의 지뢰밭에 국내외 경쟁사들의 견제까지 피해가기 쉽지 않다. 가뜩이나 저성장 국면인데 코로나19로 내수고, 수출이고 다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요즘 기업들을 힘 빠지게 만드는 소식이 계속 들리고 있다. 정치권에서 입법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규제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이다. 소위 재벌들을 손 보겠다는 게 목표지만 기업을 공개한 모든 상장사들, 넓게 보면 우리나라 기업 모두가 타깃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조항들은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 도입,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다. 취지는 '공정함'을 내세우지만 법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을 위협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 기업에 속한 종업원, 주주뿐 아니라 그 회사와 관련된 협력사 모두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보자. 상법 개정안에 있는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는 감사위원을 주주총회에서 별도로 선임하도록 하고, 이 때 대주주는 의결권을 3%까지만 행사하도록 하게 한다. 보유지분이 3%든 30%든 의결권 행사는 같아진다는 얘기다. 적은 지분으로도 충분히 경영권을 흔들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투기자본에 우리 기업들이 휘둘릴 기회를 주는 것이다. 원래 취지는 대주주로부터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확보하자는 것이지만 헤지펀드 등이 연합해 감사위원을 선임하면 대주주가 아니라 회사 전체가 흔들릴 수 있게 된다.
재계 단체들이 줄지어 국회를 찾아가 이런 법안을 다시 살펴달라고 읍소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인다. 한 때 친기업 성향이었던 국민의힘도 대기업 규제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고 한다.
정치권 전반에서 대기업들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 정부와 정치권 어디에도 기업을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대기업들은 정말 그렇게 죽을 죄를 진 것인가.
기업하는 사람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큰 기업, 좋은 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좋은 인재들이 서로 찾는 기업을 만들고 싶어 한다. 월급쟁이들에게는 안정된 직장, 돈 많이 주는 직장, 복지가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게 소원이다.
하지만 그런 이들이 목표로 하는 대기업은 정부와 정치권에서 보면 불공정과 각종 갑질, 오너들의 전횡이 수시로 일어나는 복마전이다. 이들이 꿈꾸는 목표가 나라를 불공정하게 만들고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원흉이다.
지금까지 설익은 정책, 섣부른 판단이 당초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은 것을 수차례 봐왔다. 비정규직 철폐정책 같은 게 대표적인 예다. 재계 단체들이 우려하는 것도 이번 기업규제3법이 원래 취지와 다른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란 게 가장 크다.
영국에서는 지난 2010년부터 의회가 나서 '원인원아웃'이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기업들의 규제를 줄여주기 위해,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면 동등한 규제 비용을 갖는 기존 규제를 폐지하는 정책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신설 규제 비용의 2~3배에 해당하는 기존 규제를 폐지하겠다며 '원인투아웃' '원인스리아웃'이란 정책까지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왜 영국이 기업들의 규제 해소에 저토록 적극적인지 우리 국회도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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