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구섭 지음/푸른역사
인종 구분의 역사는 200년이 채 안 된다. 중세 이전에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기준은 신체적 특징이 아닌 문명과 종교였다. 이집트·그리스·로마·초대 기독교의 문학과 미술에 나타난 흑인 이미지를 낱낱이 살핀 역사가 프랭크 스노든은 고대 사회에서 검은 피부가 차별의 토대가 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대체 인종차별은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16세기 대항해 시대 이후 신대륙의 낯선 사람들을 접한 백인은 '외모 차이'를 착취를 위한 논리적 근거로 삼았다. 인종은 17세기부터 19세기 초반에 걸쳐 인간이 임의로 만든 발명품으로, 미국사는 흑인 차별의 역사이기도 하다.
'제헌의회'는 흑인의 몸값을 백인의 5분의 3으로 계산해 인구수를 따져 각 주의 하원 의석을 배정했다. 미국 내에선 증조부모 대까지 흑인 한 사람만 포함돼 있어도 흑인으로 간주하는 '8분의 1 혈통분수법', 비백인과 결혼한 백인 여성의 시민권을 박탈하는 버지니아주의 '인종 보전법'이 위세를 부렸다.
미국의 인종차별은 제도적·사회적으로 이뤄졌고 법과 종교가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했다. 교회는 백인을 신에 의해 '생래적 주인'으로 점지된 자로 설정하고 "검둥이는 인간과 다른 별도의 존재"라고 설파해 흑인 노예를 인간이 아닌 '사유재산'으로 취급하는데 일조했다. 독립 초기 노예법과 인종 간 금혼법, 귀화법 등은 인종 분류가 사회적 구분임을 보여준다. 현재진행형인 미국의 인종 차별 실태를 까발리며 우리 사회의 인종 혐오와 갑질 문화를 돌이켜보게 한다. 332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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