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는 등 소신의 목소리를 낸 금태섭 전 의원이 21일 탈당을 선언했다. 공수처 법 표결 과정에 민주당 내 유일한 '반대표' 행사로 경고받은 이후 윤리심판원에 재심 청구한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내린 결정이다.
금 전 의원은 이날 SNS에 공개한 탈당 입장문에서 민주당의 현 상황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198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에게 투표한 이래 계속 민주당을 지지한 점에 대해 언급하며 "민주당은 예전의 유연함과 겸손함, 소통의 문화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 국민들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서슴지 않는 것은 '김대중·노무현이 이끌던' 민주당에서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금 전 의원은 "다른 무엇보다 편 가르기로 국민들을 대립시키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범법자·친일파로 몰아붙이며 윽박지르는 오만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며 최근 논란이 된 이른바 '좌표찍기' 행태를 겨냥해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거기에서부터 우리 편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고 상대방에게는 가혹한 '내로남불', 이전에 한 주장을 아무런 해명이나 설명 없이 뻔뻔스럽게 바꾸는 '말 뒤집기'의 행태가 나타난다"며 "우리는 항상 옳고, 항상 이겨야 하기 때문에 원칙을 저버리고 일관성을 지키지 않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긴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전·현직 당 지도부를 겨냥해 "여야 대치 와중에 격해지는 지지자들 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당의 지도적 위치에 계신 분들마저 '양념'이니 '에너지'니 하면서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눈치를 보고 정치적 유불리만을 계산하는 모습에는 절망했다"고 꼬집었다.
금 전 의원은 이 같은 민주당의 변화에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저의 책임도 크다. 정치적 불리함과 인간적으로 견디기 힘든 비난을 감수하고 해야 할 말을 하면서 무던히 노력했지만, 더 이상은 당이 나아가는 방향을 승인하고 동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그래서 마지막 항의의 뜻으로 충정과 진심을 담아 탈당계를 낸다"고 말했다.
그는 징계 재심 청구 결과가 늦어진 점 역시 탈당 사유로 꼽았다. 입장문에서 금 전 의원은 "공수처 당론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을 받고 재심을 청구한 지 5개월이 지났다. 당 지도부가 바뀐 지도 두 달이 지났다"며 "그간 윤리위 회의도 여러 차례 열렸다. 하지만 민주당은 아무런 결정도 내리고 않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합리적인 토론도 없고 결정이 늦어지는 이유도 알려주지 않았다. 당의 판단이 미래에 미칠 영향을 성실히 분석하고 고민하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며 "그저 어떻게 해야 '가장 욕을 덜 먹고 손해가 적을까 계산하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차라리 제가 떠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금 전 의원은 "공공선을 추구하고 우리 사회를 한 단계씩 더 나아지게 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다. 그러기 위해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선의를 인정해야 한다"며 "특히 집권여당은 반대하는 사람도 설득하고 기다려서 함께 간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예전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활기를 되찾고, 상식과 이성이 살아 숨 쉬는 좋은 정당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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