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를 이끌던 개미(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시들해지고 있다. 대주주 기준 강화, 사모펀드 환매 중단 악재, 시들해진 기업공개(IPO) 열기 등으로 개미들은 10월 들어 매도세로 전환한 상태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이달 들어 지난 26일까지 코스피시장에서 1조3851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올해 들어 9개월 연속 순매수세를 보이다 처음으로 월 단위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2450선을 웃돌던 코스피는 2300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고, 코스닥은 800선이 무너졌다.
가장 큰 매도세의 이유로는 대주주 양도세 강화안이 꼽힌다. 연말에는 1년 단위로 부과하는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주식시장 매도 물량이 쏟아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올해에는 과세 대상이 개인 기준 종목당 3억원으로 대주주 범위를 높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개인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됐다는 점에서도 양도세 범위 확대에 따른 부담감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는 지난 10년간 12월에는 늘 순매도를 기록했다"며 "(올해에는) 대주주 범위가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해 개인의 순매도가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악재와 시들해진 IPO 열기도 개미를 매도세로 이끌었다. 라임·옵티머스 등 잇따라 발생한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국내 펀드 시장에 대한 불신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따상'(공모가 2배에서 시초가+상한가)으로 코스피 시장에 입성했던 빅히트는 지난 26일 15만6000원을 기록해 고점(35만1000원) 대비 55.55%나 급락했다. 심지어 빅히트의 4대 주주인 메인스톤 유한회사가 3644억원어치의 매도 물량을 쏟아냈는데, 최대 주주가 오히려 주식을 대거 처분해 공모주 시장의 불신을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단, 올해 마지막 IPO 대어로 꼽히는 교촌에프앤비의 흥행 여부에 따라 시들해진 IPO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지 관심이 주목된다. 교촌에프앤비는 '1호 외식 프랜차이즈 직상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또 서학개미들은 원·달러환율이 가파르게 하락(원화값 상승)하며 환차손(환율 변동에 따른 손해)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원화 강세에 저렴하게 미국 주식을 직구할 수 있는 기회지만 환율이 떨어지기 전 매수했던 투자자들은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한편, 증시 대기자금은 여전히 풍부한 상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고객예탁금은 55조4894억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는 62조4664억원에 달한다. 고객예탁금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겨둔 돈을 의미한다. CMA 계좌를 통해서는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금융상품을 살 수 있다. 100조원에 육박한 증시 대기자금에 전문가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유동성이 내년 초 다시 주식시장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김다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개인 매매 비중이 80~90%대를 상회해 개인 수급 민감도가 높은 코스닥 지수뿐만 아니라 지난 15년간 40~50%대를 유지했던 코스피지수도 올해 67%까지 확대돼 개인 수급 변동에 이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며 "12월 개인 매도세는 외국인이 일부 소화하거나 양도세 이슈가 끝난 직후 연초에 수급이 다시 유입되는 '1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