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중기중앙회와 인연 맺고, 용인 연수원 쾌척
李 "제가 삼성과 똑같이 연수원 지어드리겠다"
땅·건축비·운영비까지 대줘…개원식도 참석해
상암동 '중소기업DMC타워' 건립에 250억 지원
中企 혁신위한 스마트공장 멘토, '자상한기업'도
김기문 "상생·동반성장 깊이 실천한 고마운 분"
대한민국 경제계에서 큰 획을 그은 고(故) 이건희 회장이 28일 엄수된 영결식과 발인으로 영면에 들어간 가운데 중소기업계에 펼친 '무한사랑'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중소기업계 맏형인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해 중소기업들이 필요할 때마다 물심양면으로 아낌없이 '조용한 지원'을 해왔기 때문이다.
2007~2015년 제 23·24대에 이어 2019년부터 26대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이날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한민국에서 영원히 남을 경제인인 이 회장님께선 기업인들, 특히 중소기업인들과 중소기업계에는 상생과 동반성장을 마음속 깊이 실천하신 고마운 분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그동안 우리 사회 전반이 기업과 기업인들에게 냉소적인 시각을 보냈는데 기업을 경영하며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세우고, 선진국으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신 고인을 생각하며 이같은 사회적인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서병문 수석부회장, 서승원 상근부회장과 함께 지난 26일 이 회장 빈소를 다녀왔다.
이 회장과 중소기업계의 인연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제17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현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에 당선된 박상규 회장이 이 회장을 인사차 방문했다. 이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도 겸임하고 있었다.
이 회장은 박 회장에게 "중앙회장 방문은 처음입니다"라고 운을 뗀 뒤 "중소기업계에 뭘 하나 해드리고 싶은데, 생각하고 있는게 있으면 말씀해보시지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 회장은 "중소기업인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연수원 하나 지어주십시오"라고 전했다.
이 말을 들은 이 회장은 "제가 연수원을 지어드리겠습니다. 삼성(에버랜드 연수원)과 똑같이 지어드리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이날 두 인사의 만남은 경기 용인군 원삼면 일대 3만7917㎡(1만1470평) 부지에 중소기업개발원(현 중소기업인력개발원)이 들어서는 계기가 됐다.
삼성은 연수원 건립을 위해 당초 갖고 있던 땅을 중기중앙회에 매입가 수준인 7억원에 팔기도 했다. 그룹 임원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이 회장의 뜻이 워낙 강했다. 이 땅은 현재 호가만 약 300억원을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또 건립에 필요한 300억원 가운데 270억원의 자금을 기부채납 방식으로 지원했다. 94년 12월2일 터파기에 들어간 연수원은 2년5개월 가량의 공사를 마치고 97년 4월16일 준공했다. 이 회장은 이날 개원식에도 직접 참석했다.
그리고 이 회장은 박 회장을 처음 만났을 당시 "연수원은 운영이 중요하다. 초기엔 적자가 분명할텐데 몇 년간은 삼성에서 운영비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던 자신의 약속도 지켰다.
이 회장이 중소기업들의 인력 양성을 돕기 위해 업계에 첫 선물을 주면서 땅과 건물 뿐만 아니라 초기 운영비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한 것이다.
중소기업인력개발원 건물 앞 정초석엔 "우리 중소기업인의 열망과 이건희 회장의 뜻이 함께하여 삼성그룹에서 건립·기증한 이 곳 중소기업개발원은 도약과 창의의 21세기를 열어가는 국가 경제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란 글이 써 있다. 정원내 기념식수에도 이 회장의 이름이 당시 고건 국무총리 등과 함께 새겨있다.
중기중앙회는 이 회장의 별세 소식이 알려진 지난 25일 낸 논평에서도 "중소기업을 진정한 동반자로 생각하며 애정을 베풀어 주신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님께 진심어린 애도를 표한다"면서 "평소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한배를 탄 부부와 같다며, 함께 살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던 고인은 1997년 경기도 용인에 중소기업 인재양성을 위한 '중소기업인력개발원' 건립을 지원하며 중소기업중앙회와도 특별한 인연을 이어왔다"며 당시의 연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기도 했다.
이 회장과 중기중앙회 사이의 끈은 꼬박 20년 세월이 지난 후 서울 상암동에서 또 이어졌다.
중기중앙회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2012년 6월 상암동 DMC에 완공한 글로벌지원센터, 현 '중소기업DMC타워' 건립 과정에서 삼성이 재차 거액을 쾌척하면서다. .
이 회장은 당시 삼성전자 회장도 겸임하고 있었다.
5764㎡(1744평) 대지에 지상 20층, 지하 6층 규모인 중소기업DMC타워 건립에는 총 1258억원이 소요됐다. 삼성은 이 가운데 250억원을 기부했다. 시공은 삼성건설이 맡았다. 이외에 현대자동차가 100억원을 댔다. 추가로 부족한 자금은 IBK기업은행이 10년 무이자로 600억원을 대출해주는 파격적인 지원으로 해결했다.
공항철도와 6호선, 경의중앙선이 한 곳에서 모이는 디지털미디어시티역과 바로 연결되는 초역세권에 위치한 중소기업DMC타워는 정보기술(IT), 미디어, 문화콘텐츠, 녹색성장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중소기업들이 입주해 미래를 개척하는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이 회장이 와병중이긴 했지만 이후 삼성은 이 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중소기업 혁신 지원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100억원씩, 총 500억원을 투자해 중소기업들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통한 공장혁신, 일터혁신에 도움을 주면서다.
중소기업들의 '스마트공장 멘토'를 자처한 삼성전자는 지난해엔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발적 상생협력 기업' 7호에 선정되기도 했다.
87년부터 92년 사이 삼성비서실에서 이 회장을 보좌한 이금룡 도전과나눔 이사장은 자신의 SNS에서 "이 회장님께선 '중소기업 사장 2세들이 경영을 승계해도 삼성과 거래하도록 해라'고 지시했다"며 "그 뒤로 삼성 협력사들 교육이 이뤄지고, 2세들이 삼성에 취업해 삼성의 경영과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는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