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핵심 가운데 하나는 '위기에 강한 나라를 만들자'였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로 인해 국내외적으로 매우 엄중한 시기에 비상한 각오와 무거운 마음"이라며 시국을 진단했다. 코로나19로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을 겪게 됐지만 우리는 '위기에 강한 나라'임을 증명했다고도 했다.
실제로도 우리나라는 코로나19를 비교적 잘 이겨낸 국가로 평가된다. 5월과 8월에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국민 전체가 불편함을 감수하며 정부 정책에 따라 방역지침을 지켜 'K-방역'이란 단어까지 만들어냈을 정도였다. 한민족이란 공동체 의식에 높은 교육수준이 코로나19 극복에 기여를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이번 연설 가운데 또 다른 핵심인 경제 측면에서는 위기에 강한 모습보다 위기 앞에서 서로를 흔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위기 극복의 주요 주체 가운데 하나인 기업들을 더욱 더 힘들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7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제부터는 입법과 예산"이라며 공수처 설치와 경제 3법 개정안 처리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경제계에서 반발이 크지만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다.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 등 경제3법은 대기업들의 경영방침에 커다란 변화를 줄 수 있는 법안들이다. 미래를 위해 투자와 결단을 내려야 할 기업들에게 과거와 기존 경영시스템을 지키는 데 오히려 전력투구하라는 신호를 주는 법안이다. 이들 법안이 여당 의도대로 통과될 경우 기업들에게 불투명한 내일을 위해 투자하라고 요구할 수 없는 환경이 될 것이란 게 경영계의 우려다.
정부는 중소기업들을 겨냥한 칼도 빼들었다. '초과 유보소득과세'(일명 배당간주세)다. 특히 중소·중견기업들에 해당하는 이 제도는 오너 일가 지분이 80% 이상인 회사(개인유사법인)가 배당가능소득(당기순이익)의 50% 또는 전체 자본의 10%가 넘는 돈을 사내에 현금으로 쌓아둘 경우 그 돈을 주주들에게 배당한 것으로 간주해 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제도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이번 주 중으로 이번 시행령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고 12월 세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1월 초부터 바로 시행령안을 입법 예고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대다수 중소·중견기업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기업과 달리 은행에 대출을 받거나 투자를 하거나 '비상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막는다는 것이다. 일부 탈세 등을 저지르는 기업들을 잡기 위해 국내 모든 중소기업인들을 '잠재적 탈세자'로 간주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정책과 법안들은 대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은 28일 시정연설에서 "핵심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지원을 더욱 확대하여 일본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겠다"며 "대일 100대 품목에서 글로벌 338개 품목으로 확대 지원하여 소재·부품·장비 강국을 목표로 뛰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소·부·장 강국의 주인공은 기업들이다.
그러면서 국회에는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등 공정경제 3법의 처리에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쯤 되면 정부와 여당의 이런 신호들이 직진인지, 정지인지 헷갈린다. 정권이 바뀌어도 국민과 기업은 여전히 '을'이고 권력의 눈치를 봐야하니 위기 극복을 누가 할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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