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동북단 22사단의 GOP(일반전초)가 지난 3일 또 뚫렸다. 2012년 10월 22사단 56연대 내륙1소초로 북한군이 노크귀순을 한지 8년 만이다. 군 당국은 광망센서와 중단거리 카메라 등이 설치된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설치해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자부해 왔다.
군 당국이 믿고 있던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무너진 것이다. 군 안팎에서는 편제인원 감축을 위해 도입된 과학화 경계시스템의 오류가 낳은 경계 실패라는 평가가 나온다.
■작동하지 않은 '과학화 경계 시스템'
과학화 경계시스템의 정상작동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의에 5일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증가 초소 운용, 비상대기조 운용 등 경계태세는 최상의 단계를 적용했다"고 답했다.
군 당국은 지난 2일 오후 10시 14분쯤 아군 GP(감시소초) 감시 장비로 군사분계선(MDL) 일대 신원 미상 인원을 두 차례 포착했다 이에 따라 정보 감시 형태를 격상해 DMZ(비무장지대) 수색 작전을 강화하는 등 감시를 강화했다
다음날 오후 7시 25분쯤 TOD로 북한 주민이 철책을 넘어오는 장면을 지켜보고, 대침투 경계령인 진돗개를 평시단계인 진돗개 셋에서 진돗개 둘로 격상시켰다. 그럼에도 귀순자로 알려진 신원미상 북한 남자의 신병을 확보한 때는 14시간 30분이 지난 4일 오전 9시 56분께였다.
북한 주민 신병이 확보된 위치는 GOP 철책 남쪽 1.5㎞ 지점으로, 민통선 이북지역이었지만 민통선 인접까지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GOP 경계 지휘관 경험이 있는 복수의 예비역들은 과학화 경계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중부전선에서 중대장 임무를 수행했던 예비역 영관장교는 "철책선에 부착된 광망센서에 사람이나 동물이 접촉할 경우 경고음이 울리게 되는데 평소 오작동이 많았다"면서 "태풍이나 폭우, 저온에서는 광망센스의 오작동이 심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보안 설계업관계자도 "광망센서는 철망 등 펜스가 안정적으로 관리가 될 때 효과를 발휘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면서 "영하의 기온, 고도차로 구불구불한 한국의 최전방 철잭에는 일정한 장력 유지가 관건인 광망센서는 불안전 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올해는 집중호우로 인해 GOP 철책선의 유실 또는 파손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에, GOP 철책선의 광망 또한 제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여진다.
■노크귀순과 같은 축선 아닐듯... 신중한 분석필요
다수의 언론 매체들은 이번 경계공백 문제를 언급하면서 지난 노크귀순이 있었던 곳으로 귀순자가 넘어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복수의 군 정보통들은 좀 더 신중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22사단은 내륙 경계를 맡은 55연대, 내륙과 민통선 이북 해안 경계을 맡는 56연대, 민통선 이남 해안경계를 맡는 53연대로 나뉘어져 있다. 내륙과 해안의 복합형 경계 한 개사단이 담당하기 힘든 96km의 경계책임구역으로 병력소요가 많은 지역이다.
통상 귀순자들은 동해안 연결도로가 발달한 56연대 우측의 해안인접지역을 따라 귀순했지만, 이번에는 산세가 험한 내륙쪽을 따라 넘어왔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륙 1소초에서 해안 1소초에 연한 지역은 평지와 도로가 발달했기 때문에 귀순자가 14시간 동안 철책에서 1.5km 보다 더 먼 거리를 기동할 수 있다. 22사단의 좌단측으로 갈 수록 지세가 험하고 종심의 길이도 짧아지기 때문이다.
22사단 좌단측은 부쪽으로 길게 올라간 우단측보다, 책임경계구역이 좁고 북한과의 비무장지대 종심축선도 짧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의 발표대로 증강된 초소와 수색작전을 펼쳤음에도 14시간의 공백이 발생했다는 것은 우리군 경계 체계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일각에서는 2일 발견된 귀순자 추정 인물이 비무장 지대 내 사용하지 않는 폐 GP에 은거했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합참관계자는 "비상주 폐GP에 대한 수색정찰도 펼쳤다"고 설명했다.만약 기존의 귀순로가 아닌 새로운 귀순경로가 확인된 것이라면, 우리 군의 경계작전 지침도 새롭게 변경돼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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