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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금융권 '영어이름' 보다 우선돼야 할 것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 불명'에서 치히로는 부모님과 함께 시골로 이사하던 도중 길을 잘못 들어서 인간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을 접하게 된다. 그곳에서 치히로는 '센'으로 불리고, 기존에 입던 옷은 '유카타' 로 바뀐다. 인간 세상의 치히로를 완전히 잊게 하기 위한 방법이다.

 

최근 은행들도 '이전의 치히로'를 잊기 위한 움직임이 거세다. 직원간에 직책이 아닌 영어이름을 사용하도록 하고, 유니폼 대신 복장자율화도 꾀한다. 기존의 수직적인 문화를수평적 조직문화로 바꿔 IT기업과 같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이같은 조치들이 애매하게 시행되면 '센'이 '치히로'를 기억할 수 있게 된다는 것.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돼 있지 않는 이상 영어이름 부르기와 복장자율화는 취지와 달리 어떤 '형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몇 해전 한 핀테크 기업에서 일할 때의 일이다. 주로 온라인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영어이름을 사용하다보니 같은 팀이더라도 이름을 기억하기 어려웠다. 회의에서도 알수 있는 것은 A님 의견이 논리적이다, 아이디어가 창의적이다 정도. 몇 개월 뒤에서야 대표님이 B님이라는 것을 알게됐지만 그것을 알든 모르든 회의 분위기는 같았다. 이미 내부에서는 기탄없이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분위기가 바탕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내부의 분위기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영어이름 부르기와 복장자율화는 오히려 업무의 효율성만 악화시킬 뿐이다. C님이 대표 부장 팀장인 것을 알게된 이상 의견을 걸러서 내놓을 수 있고, 유니폼과 같은 단정함을 요구하는 분위기는 오히려 직원에게 유니폼보다 더 큰 부담감을 지울 수 있다.

 

혁신적인 은행을 위해 영어이름 쓰기와 복장자율화를 시행하는 취지에는 동의한다. 다만 이같은 시행에 앞서 누구의 의견이든 들을 수 있는 분위기가, 어떤 옷이든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우선 돼 있는 지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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