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 '갑질'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판매량은 '대박' 행진. 배짱 영업을 막기 위해서는 소비자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 애플 맥북 사용자는 서울 애플 서비스센터에 들렀다가 겪은 일을 만화로 담았다. 구형 맥북에 새로 출시된 OS 빅서를 업데이트 했다가 제품을 사용할 수 없게 됐고, 서비스센터를 방문했지만 유상 수리를 하지 않으면 수리를 해줄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른바 '빅서 게이트'다. 실랑이 과정에서 애플측 관계자가 OS 업데이트가 고객 과실이라거나, 엔지니어 상담을 요구하자 영어를 아냐고 되묻는 등 대응 과정에 논란이 특히 컸다. 구형 제품을 사용한 잘못이라는 황당한 답변도 들었다는 게 만화 작가 주장이다.
애플의 이같은 갑질 서비스는 처음이 아니다. 이미 오랜 기간 서비스 불만이 이어져왔으며, 최근에는 애플워치 SE 발화와 아이폰12 미니 터치 불량 등 제조 결함 사례가 잇따라 보고됐지만 '조사중'이라는 입장 외에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 끝에 내놓은 '거래상 지위 남용 관련 잠정 동의의결안'을 내놓았던 것도 소용이 없는 모습이다. 아이폰12에 대한 광고 비용도 이동통신사에 전가하는 것은 물론, 이통사에 수리 비용을 떠넘기거나 유통업체에 제공하는 시연용 단말기를 구입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은 이같은 '갑질'이 유독 국내에서 심하다고 보고 있다 당장 구형 맥북의 경우 OS 업데이트 문제 발생시 해결 방안을 해외에서는 19일에 공지했지만, 번역본은 1주일이 지난 25일에서야 업로드됐다. 고의로 성능을 낮춘 '배터리게이트'에 대해서도 미국에서는 34개주에서 1인당 3만원 가량의 합의금을 지급키로 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애플뿐이 아니다. 국내에 있는 외국계 기업들은 대부분 서비스 품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수입차 업계와 IT 업계 등 분야도 다양하다. 특히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는 잦은 초기 불량과 수준 낮은 서비스, 그리고 탁송 사고 책임을 소비자에 전가하는 계약서로 애플과 자주 비교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외국계 기업이 국내 소비자들이 원하는 서비스 수준을 따라오지 못했을 뿐이라고 보기도 한다. 애플은 여전히 해외에서 애플스토어를 통한 실시간 서비스, 애플 케어를 통한 무상 교환 등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
실제로 LG전자는 최근 러시아에서 2시간 단위로 방문 서비스를 예약해주는 '2시간 약속 서비스'로 2년 연속 '가전제품 서비스 부문'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지에서는 오전과 오후로만 구분됐던 서비스 시간을 대폭 확대했다고 호평을 받고 있지만, 국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비교하면 평범하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수준이다.
그러나 외국계 기업이 국내 시장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데에는 대체로 긍정하는 분위기다. 신제품 출시가 해외와 비교해 유독 늦는다거나, 해외에서 도입한 서비스를 국내에서는 도입하지 않는 등 사례를 근거로 한다. 당장 애플은 미국과 일본 등 국가에서 신제품 반품 기간을 2주에서 2달로 대폭 확대했지만, 국내만은 예외로 했다.
한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한국 시장을 일본의 하위 개념이나 후진국으로 생각하는 본사 입장 때문에 새로운 제품을 들여오기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지사들은 대체로 유통사처럼 투자 비용을 최소화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에만 치중한다"며 "판매량이 줄어들면 철수를 하면 된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 아이폰12는 미니와 프로 등 결함 논란에도 불구하고 출시 후 1달여간 60만대나 팔아치웠다. 애플은 이같은 인기에 여의도와 명동에 2~3호 애플스토어를 새로 열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도 막대한 보조금을 등에 업고 국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 수입차 시장도 올해 역대 최대치를 넘어설 전망이다.
그나마 수입차 업계는 국내 소비자에 대한 인식을 많이 바꾼 상황이다. 전국에 서비스센터를 추가하는데 집중하고, 국내에서도 본사 엔지니어 교육을 실시하는 등 서비스 질을 높이는데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신차 출시 주기도 빨라졌다. 프리미엄 청소기 업체인 다이슨도 최근 들어 AS센터를 확보하고 30일 무료 체험을 제공하는 등 전략을 바꾼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업계가 국내 시장을 '테스트 베드'로 재평가하기도 했지만, 서비스 문제로 판매량이 감소했던 경험도 전략 수정에 큰 영향을 줬다"며 "외국계 기업 본사는 국내 여론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판매량이 유지된다면 배짱 영업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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