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지원이 250조원을 넘어서면서 부실위험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정책금융을 통해 '위기 극복'을 우선순위에 뒀지만 언제가는 갚아야 하는 돈이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계도달 기업과 채무자를 선별해 채무조정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부실위험을 덜어야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것.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의 3분기 충당금 적립금액은 총 8739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7745억원과 비교해 12.8%(990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누적으로 보면 5대 금융그룹의 대손충당금은 3분기까지 3조5304억원으로 지난해 전체규모(3조671억원)를 넘었다.
이들 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부실채권)비율은 하락하는 추세다. NPL비율은 총여신 중에서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NPL비율이 낮다는 것은 은행 대출 자산의 건전성이 높다는 것을 말한다.
국민은행의 9월 말 NPL 비율은 0.32%로 직전 분기(0.33%), 작년 말(0.37%) 대비 모두 감소했다. 신한은행의 NPL 비율도 6월 말 0.43%에서 9월 말 0.40%까지 떨어졌다. 하나은행의 NPL 비율은 0.34%로, 지난 2분기 달성한 종전 최저치(0.35%)보다 낮다. 우리은행은 0.38%서 0.34%로 0.04% 포인트 개선됐다. 농협은행도 0.47%서 0.40%로 0.07% 포인트 낮아졌다.
은행들이 건전성이 높은 상황에도 충당금 적립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해 지원한 금액이 늘고 있어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2월 7일부터 이달 20일까지 금융권에서 중소기업 소상공인에게 금융 지원한 규모는 총 250조9000억원이다. 이중 시중은행이 지원한 규모는 신규대출 46조9000억원, 만기연장 74조5000억원으로 총 121조3000억원이다. 전체 지원규모의 절반에 달하는 금액이다.
문제는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만이 최선책이될 수 없다는 것. 현재 은행들은 대출 원금과 이자상환 유예조치로 부실기업과 채무자를 확인할 수 없다. 내년 3월 조치가 끝나는 시점에도 차주들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대규모 빚 폭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을 받은 차주의 상황은 내년 3월 조치가 끝나거나 만기가 끝나 재연장하는 시점에야 확인할 수 있다"며 "현재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뒀다고 하더라도 추후 부실기업 차주가 급증하면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오는 3월 한계기업 채무자를 추려내 이들을 위한 채무조정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드러나지 않은 부실위험을 미뤄두는 것만이 상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은 한계기업이나 차주에 대한 금융 지원을 선별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코로나19가 회복 국면을 보이면 이를 가려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우려를 감안해 코로나19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만기가 연장된 대출은 상황에 따라 원금을 조금씩 나눠 갚는 등 서서히 정상화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