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의 배당 축소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배당금을 줄여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일각에선 은행들이 위기상황에 대비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았고, 주가가 코스피지수 수준으로 상승하기 위해선 오히려 배당확대와 같은 주주 친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일시적으로 은행들의 주주배당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달부터 각 은행과 협의 한 뒤 내년 초 확정안을 도출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충격을 시나리오별로 평가하는 스트레스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를 바탕으로 배당 관련 지침을 내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배당시즌인 3월 이전에 합의안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위기상황 대비해야"
금융당국이 주주배당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이유는 예상보다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는 지난 4월 코로나19 피해자부터 상환능력이 감소한 개인차주까지 대출 원금상환과 이자상환을 유예해 왔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원금·이자상환을 유예한 금액은 지난달 20일 기준 74조5000억원이다. 은행들이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뒀다고 하더라도 내년 잠재 부실채권이 급증할 경우 손실흡수와 자금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주요국도 코로나19 영향에 따라 금융권의 배당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말까지 자사주 매입을 중단하고 배당금을 종전 수준 이하로 동결하라고 주문했다. 영국 건전성감독청은 은행들에 대해 배당 전면 금지 조치를 내린 상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한시적으로 배당성향을 낮췄다가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되면 다시 배당을 늘리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상 회사의 배당은 순자산에서 자본금·자본준비금·이익준비금·미실현 이익을 뺀 값인 '배당가능이익'을 초과하지 못한다. 또 자본비율(BIS 기준)이 규제비율을 밑돌거나 경영개선권고를 받은 경우 제한된다. 현행 법규의 제한범위를 코로나19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나친 개입 '주주가치 훼손'
그러나 일각에서는 은행들의 올해 경영실적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양호한 만큼 배당을 제한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5대 금융지주의 올 3분기 순이익은 총 4조1017억원이다. 전년 동기(3조4996억원) 대비 17.2%(6021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 위기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요구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3분기 기준 역대 최고실적을 갈아치운 상황에서 주주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당국이 은행의 배당을 제한하는 것이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상 은행들의 배당수익률(주가 대비 주당 배당금 비율)은 5%대 내외다. 국내 기준 금리가 0.5%로 최저 수준인 상황에서 예금보다는 훨씬 좋은 수익률을 제공해 연말 배당시즌이 되면 기대감이 은행주에 반영된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은행들이 충당금을 충분히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배당 축소 가능성에 은행주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배당은 투자에 대한 대가고, 배당은 다른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는 부분이 있다"며 "배당에 대한 당국의 지나친 개입은 기업의 시장가치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