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9일 국보 세한도(歲寒圖) 기증자인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 옹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조건 없는 국보 기증에 정부 대표로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초청은 문화재청이 전날(8일) 주관한 '2020년 문화유산 보호 유공자 포상'에서 손 옹이 금관 문화훈장을 받은 것을 계기로 마련됐다. 문화훈장 중 최고 영예인 금관 문화훈장은 문화유산 정부포상을 시작한 2004년 이후 손 옹에게 처음 수여됐다.
이에 문 대통령 내외는 이날 행사장인 청와대 본관 앞까지 이동해 손 옹을 직접 영접했다. 문 대통령은 차량과 담당 선임행정관을 보내 손 옹의 이동 시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이는 기증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예우를 다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김정숙 여사는 손 옹과 환담에 함께 한 가족들에게 세한도에 담긴 인장 '장무상망(長毋相忘·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기를)' 글귀, 손수 만든 곶감과 무릎담요를 선물했다. 김 여사는 세한도 인장이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며 이 선물들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옹은 청와대 본관에 도착 후 며느리의 부축을 받으며 '세한도'가 그려진 대형 배경막이 있는 행사장에 입장했다. 행사장에 입장한 손 옹은 먼저 문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했다. 이어 문 대통령 내외와 손 옹 아들 내외 등 5명이 함께 기념촬영을 한 뒤 환담하러 인왕실로 이동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정말 국가가 얼마나 감사를 드려야 될지 모르겠다. 정말 손 선생님의 그 숭고한 마음에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리고. 또 그 어려운 결단에 동의를 해 주신 우리 가족분들께도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환담에서 "'세한'이라는 말이 마치 좀 공교롭게도 지금 코로나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상황을 그대로 표현해 주는 그런 말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이어 "세계가 다함께 코로나를 겪어보니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방역에 대해서 모범적이고, 이웃을 배려하는 아주 성숙된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하는 것이 잘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면에서 '세한도'는 코로나 때문에 지친 국민들께도 아주 큰 힘과 또 희망과 위로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참석자들은 문 대통령과 환담에서 세한도와 대를 이은 문화유산 보존과 기부에 얽힌 이야기도 나눴다.
한편, 손 옹이 기증한 국보 제180호인 세한도는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가 1844년 유배지 제주도에 머물 때 제자 이상적에게 답례로 주기 위해 그린 그림이다. 이 작품은 이상적이 추사로부터 선물로 받은 이후 조선에 머물다가 일제강점기인 1943년 김정희 연구자인 후지즈카 지카시(藤塚隣)가 소유한 전례가 있다.
이후 1944년 수집가이자 서예가인 손재형 전 국회의원, 이근태 등을 거쳐 개성 갑부였던 실업가 손세기(1903~1983)가 수집했고, 아들 손 옹이 대를 이어 소장해오다가 올해 국립중앙박물관에 조건 없이 기증됐다.
앞서 손 옹은 지난 2018년과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추사 김정희의 걸작인 세한도 등 총 305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손 선생 부친인 고(故) 손세기 선생도 1974년 서강대학교에 200점을 기증했다. 이 가운데 세한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가지보(無價之寶·가격을 매길 수 없는 귀한 보물)를 지닌 것으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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