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지 5개월 만에 서울시가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을 내놨다.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 김은실 공동위원장(이화여자대학교 교수)은 10일 오후 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직장 내 성희롱 문제는 개인 간의 사사로운 사건이 아니라 조직 내의 권력관계와 제도, 조직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구조적 차원의 문제로 안전하고 쾌적한 노동환경에서 일 할 권리 즉 노동권 침해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며 "위원회는 지난 4개월간 서울시 제도와 조직문화 등을 꼼꼼히 점검하고 위원들 간 치열한 토론 과정을 거쳐 오늘 대책을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장에 대한 성추행 고소사건을 계기로 지난 8월 7일 외부전문가 9인과 내부위원 6인 등 총 15명으로 꾸려진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이날 제도, 조직문화, 예방교육 3개 분야, 11개 과제를 담은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을 공개했다.
고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 진상 조사와 관련해 김은실 위원장은 "본 사건 자체에 대한 조사는 피해자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서 조사하길 희망해 이와 별개로 서울시의 관련 제도와 조직문화를 중심으로 대책 마련에 중점을 두고 (위원회가) 운영됐다"며 "위원회는 서울시가 그간 성희롱 사건 절차와 관련해 우수한 제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를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에서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우선 위원회는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신고부터 징계까지 3~4개월 이내에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그동안은 상담, 신고, 조사, 징계를 각각 여성권익담당관, 인권담당관, 조사담당관, 인사과 4개 부서에서 중복·분절적으로 처리해 최종 징계까지 최대 1년이 걸리는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는 사건이 발생하면 여성권익담당관과 조사담당관이 협의체를 구성해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에서 성희롱 여부를 결정하면 감사위원회는 재조사 없이 징계를 요구하게 된다. 인사위원회는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우선적으로 처리해 최종 징계 결정까지 3~4개월 이내 완료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조사의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위원회는 "'내부=은폐, 외부=공정'이라는 공식은 부적절하다"며 "사건 발생 시 서울시가 직접 책임지고 공정하게 처리하는 것이 성희롱 없는 직장환경 조성에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대신 관련 분야 경력을 지닌 권익조사관을 따로 채용하고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에 외부 전문가를 과반수 이상 참여토록 해 조사의 독립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단, 자치단체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별도의 외부 절차를 통해 조사·처리하도록 했다. 사건을 인지하는 즉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여성가족부의 '기관장 사건 전담 신고창구'에 통지하면 사건 내용에 따라 경찰이 수사하거나 인권위가 조사에 나선다.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도 세웠다. '공무원 징계규칙'에 2차 가해자에 대한 징계 규정을 명확히 하고 2차 피해 처리 절차를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절차와 동일하게 운영한다. 신분노출을 우려해 내부 상담을 꺼리는 피해자를 위해 민간 성폭력 상담소 등 외부 전문기관을 지정, 피해자가 선택적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또 피해자가 외부 수사기관에 신고한 경우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원하면 수사와 병행해 내부에서도 사건처리 절차를 진행한다. 이전까지 시는 수사기관에 신고된 사건은 결과가 통보되기 전까지 따로 조사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사가 장기화될 경우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하기 어려우며 형법상 무죄라 하더라도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어 피해자가 희망하면 내부 사건처리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한 사건처리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사건 사례와 징계 등 최종 처리결과를 반기별로 공개하도록 했다. 시는 사건 조사 시 피해자의 사전 동의를 구하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식별되지 않도록 가공해 2차 피해를 예방하기로 했다.
박 전 시장의 비서실장들이 인권위에 성추행 사건은 피해자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인권위에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이것이 2차 가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위원회는 피해자 진상 조사와는 거리를 두고 그 역할은 인권위에서 조사하고 있다"면서 "인권위 조사가 마무리 된 후에 그 사안에 대해 서울시가 일정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 단계에서는 위원회에서 그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고 답변했다.
한편 시는 성평등한 조직문화 정착을 위한 대책도 추진한다. 세대별·성별 인식 격차 해소를 위해 5급 이하 직원들이 참여하는 '서울시 성평등문화 혁신위원회'를 가동한다. 혁신위원회가 일상에서 겪는 성차별적 조직문화의 문제점을 논의하고 개선방안을 권고하면 서울시가 이를 반영해 운영한다.
시장 비서실의 기능과 구조도 손질한다. 시장 비서실 직원도 일반 직원과 동일하게 희망전보 절차를 통해 선발하고, 성평등한 인력배치와 업무분장을 실시한다. 시장실 내 수면실을 없애고 비서업무의 공적업무 분야를 명확히 하기 위한 '비서분야 업무지침'도 마련한다.
마지막으로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성인지 교육을 강화한다. 시장단 및 3급 이상 고위관리자는 사건 발생 시 관리자의 역할, 위력에 대한 인지, 성평등한 조직문화 조성을 위한 소통 역량 등을 교육받게 된다. 성인지·성폭력교육 이수현황을 시민들에게 공개해 책임성을 높이기로 했다.
시는 이번에 위원회에서 발표한 대책을 토대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해 시행한다. 서울시 성평등위원회는 이행사항 점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이를 지속적으로 점검한다. 시는 향후 인권위 직권조사 결과 권고사항도 추가적으로 반영해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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