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대비 원화값이 2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에 진입하며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자산의 위험자산 선호와 달러 약세 흐름 속에서 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실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 등으로 달러약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2년 6개월만에 1100원대 붕괴
지난 11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2.60원 오른 1090.3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일과 7일 환율은 1082.10원선까지 내려갔지만, 이후 소폭 상승하면서 1090원대에 머물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와 비교해 미 달러화 가치를 집계한 달러화지수(DXY)는 지난 3월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직후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커지면서 연중 최고점(102.8)을 기록했다. 이후 10% 이상 하락하면서 이달 들어서는 달러화지수가 90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일 발표한 '2020년 12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최근 달러화 약세 지속 이유로 미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재정적자 규모 확대 등을 지목했다.
달러화 약세에 대해 연준이 대규모 자산매입 정책을 펼친 결과 미국내 통화율을 크게 증가시켰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미국 M2(시중통화량) 증가율은 지난 3월∼9월 중 평균 20.4%를 기록했다"며 "이는 같은 기간 유로지역(9.1%), 일본(6.4%)의 M2 증가율을 크게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연준이 지난 3월 정책금리를 1.5%포인트 인하한 점, 2조6000만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 제정지원책 실시하면서 재정적자 규모가 크게 증가한 점 등을 달러화 약세 요인으로 꼽았다.
한은은 '11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을 통해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위험선호심리 강화와 우리나라의 양호한 경제지표 및 외환공급 우위 여건 등으로 상당폭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약달러 내년 상반기까지…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대응책으로 달러를 과잉 공급하면서 달러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달러약세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코로나 확산세 완화 및 경기 회복 상황에 따라서 흐름이 변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약달러 흐름 속에서 국내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 우려가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다. 원화강세가 지속되면 국내 수출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출기업이 많은 국내 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환율 리스크에 취약한 중소기업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제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국내 수출기업 80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중소 수출기업의 달러 손익분기점 환율은 1133원으로 집계됐다. 이미 손익분기점 수준을 하회한 상태로 중소기업의 수익률 하락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다만 내년부터 코로나19 종식 기대와 함께 글로벌 경기 회복이 나타날 경우 환율로 인한 부정적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원화강세에 따른 국내 기업의 수익성 하락에도 불구하고 내년부터 글로벌 경제 회복으로 국제 수요회복이 동반된다면 환율의 부정적 요인을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환율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황 연구위원은 "지난주와 같은 보합세를 보이는 타이밍을 통해 기업들이 환율 리스크에 대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후 환율이 또 다시 급락할 경우 당국의 구두개입 등을 통한 속도조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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