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놓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대립이 첨예하다.
기업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자 등의 회사 대표를 형사처벌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도 산업안전보건법이 있어,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당연히 관계자들이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은 법인(法人)을 법규 의무준수 대상자로 하고, 사업주에 대해서는 안전보건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 한해서만 처벌을 하는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법인과는 별도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회사 대표에게도 법적 책임을 물어 형사처벌하겠다는 게 차이점이다.
재계는 이런 이유로 과잉입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경제단체들은 이 법안이 법인에 대한 벌금,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에다 기업 대표에 대한 형사처벌까지 4중 처벌을 규정하는 전대미문의 과잉입법이라며 제정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가뜩이나 '기업규제3법'이 통과되고 코로나19로 불황까지 겹치는 상황에서 또 다시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 발의돼 재계 분위기는 초상집을 방불케하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들과 노동계는 일하면서 죽지 않게 해달라며 해당 법안을 조속히 입법하라고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정치권은 셈법이 복잡하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부에서조차 50인 미만 사업장 처벌 4년 유예 여부, 사업장의 의무 위반 인과관계 추정 등 주요 쟁점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입법방해세력'이라는 딱지가 붙을까봐 입법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이 법안은 여야의 법사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일정조차 조율되지 않아 연내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부 야당에서는 "여당이 그 동안 독단적으로 법안처리를 잘도 하더니 이번에는 혼자 책임지기 싫으니까 야당에 협조를 요구하는 시늉을 하며 물귀신처럼 야당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여당이 '야당에서 협조를 잘 안해서 법안 제정이 지체되고 있다'는 핑계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다.
사람의 목숨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일하다가 죽지 않게 해달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너무나도 당연하며, 오히려 그런 당연한 권리를 요구해야 하는 지금의 현실이 참담하다.
하지만 노동자가 사망했다고 경영자를 구속시키는 것도 과도하다. 무엇보다, 법이란 것은 명확하고 정확해야 하는데 이 법안은 막연하고 포괄적이다. 사고 발생과 경영자의 책임 간에 명확한 인과관계 여부도 묻지 않고 경영자를 처벌할 경우 억울한 사람이 나올 수 있고, 모든 경영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
게다가 이 법안이 제정되면 중소·영세업체만 더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원청·하청 관계는 더 복잡해질 것이고, 하청업체에 종사하는 사장과 근로자들만 더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게 이 법안을 만든 취지는 아니지 않은가.
어느 누가 일하다가 죽을 위기에 처하고 싶을까. 하지만 고의로 직원을 죽이려고 일을 시키는 사장도 없다. 사고란 말 그대로 예상치 못하게 발생하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예방보다 처벌에 중점을 두는 것은 사업주를 공포로 몰아 위축되게 하고, 그 영향이 근로자들에게도 미칠 수 있다. 원래 취지인 '사고 예방'과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지금이라도 사후 처벌보다 사고 예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안 내용을 손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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