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테크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올해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에 적응하며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시기다. 약 18년 만에 3150조원을 넘어선 갈 곳 잃은 시중 유동자금이 무작정 위험 자산에, 무작정 안전 자산에만 투자될 수 없는 이유다.
주요 은행의 프라이빗 뱅커(PB)들은 4일 올해 비싸진 주식가격과 투자심리 과열을 감안해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율을 5대 5로 구성할 예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초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불확실성에 안전자산, 중·후반에는 위험자산의 투자비중을 늘려 왔다. 하지만 올해는 경기 회복에 주목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외에도 안전자산에 대한 비중을 일부 가져가겠다는 복안이다.
PB들은 올해 재테크 투자 유망상품 1순위로 국내주식을 꼽았다. 이어 해외주식, 금, 부동산 순이었다.
◆원화 강세 지속, 국내 주식 투자매력 높아
우선 PB들은 상당기간 원화강세(환율하락)가 지속돼 국내 증시의 호조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재혁 하나은행 방배서래골드클럽 센터장은 "코로나19 백신개발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과 미국의 추가적인 경기부양책 등으로 원화강세 달러약세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채권 등 안전자산보다는 주식(직접투자)과 주식형 펀드(간접투자)의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PB들은 올해 국내 주식을 포함한 신흥국 가치주가 상대적으로 강한 상승세를 이끌 것으로 분석했다.
강환웅 한국씨티은행 투자자문부 포트폴리오 카운슬러는 "올해 기업이익 전망치를 기준으로 할 때 전체 신흥국 주식은 미국 주식 대비 35% 가까이 할인·거래(저평가)되고 있어, 달러화 약세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물론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환차익을 누릴 수 있는 외국인투자자가 국내로 투자자금을 적극적으로 유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국내 주식형 펀드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PB들은 코로나19 백신 보급 등으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질 경우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실적 장세가 펼쳐져 가치주로 전환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PB들은 재생에너지·전기차 업종과 함께 금융, 인프라 관련 투자업종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혜순 우리은행 분당금융센터 PB팀장은 "올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관련 주들이 장을 이끌 수 있다"며 "전자, 배터리 업종은 국내 부문의 상승 여력이 있고, 인공지능(AI)· 자동화(Robotics)·5G·자율주행·전기차 등은 해외 부문의 상승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조성민 SC제일은행 압구정 PB센터 부장도 "태양열, 풍력, 수소, 전기차 관련(바이든 공약사항) 에너지원 전환과 관련한 분야에 대규모 투자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이 같은 환경 조성을 위한 금융, 인프라 관련 업종의 수혜를 기대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주가연계증권(ELS), 채권형 펀드비중 낮출 것.
다만 PB들은 이러한 추세를 감안해 자산관리 비중에서 주가연계증권(ELS)과 채권형 펀드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주리 신한은행PWM분당센터 팀장은 "ELS의 경우 불과 1년전만 해도 연 4%였고, 연 6% 수익률의 상품도 있었지만 변동성이 낮아지면서 수익원인 옵션가격이 하락해 현재는 2~3%수준"이라며 "ELS는 변동성이 높을수록 수익률이 상승하는 구조로 글로벌 증시가 큰 출렁임 없이 꾸준히 우상향하며 변동성이 줄어들면 ELS의 기대수익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양재PB센터 팀장도 "기존 고객들은 ELS를 주로 선호했지만 수익률이 2~3%대로 떨어지면서 펀드에 대한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며 "채권형 펀드의 비중을 줄이고 주식형 펀드의 비중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PB들도 올해는 주식이 주요한 재테크 수단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보다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유입 강도는 둔화될 수 있으나 자금유입 추세는 지속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지난해 주식시장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30일은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인 2873.47을 기록했다. 마지막 거래일이 강세로 마감한 만큼 올해 증시에 낙관적인 힘이 실리고 있다. 내년 한국 증시가 코스피 3000, 코스닥 1000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유망 투자처 국내주식>해외주식>금
PB들은 유망 투자처로 국내 주식을 가장 많이 추천했다. 지난해 만큼의 수익(2020년 코스피 상승률 30.7%)을 기대할 순 없지만 시중에 풀린 유동성으로 인해 주식시장의 상승 기조가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양은호 한양증권 인천지점 PB는 "이익 성장이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는 반도체, 자동차, IT 관련 업종이 유망할 것"이라며 "국내 코스피 지수는 오랫동안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에 머물러 있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국가 경쟁력 상승과 글로벌 4차 산업혁명 흐름에서 국내 기업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PB도 "코로나19 대응 능력이 높은 한국 등 아시아 신흥국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과도한 유동성에 화폐가치 하락 우려를 표하며,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투자를 추천하기도 했다.
IBK투자증권 PB는 "단기적으로 본다면 펀더멘털 부진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다시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전 세계적으로 풀린 유동성도 부동산과 금 등 실물자산 가격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 투자가 부담스럽다면 펀드 등의 간접 투자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DB금융투자 PB는 "친환경과 관련된 펀드가 유망할 것"이라며 "어떤 자산이라도 직접 투자보다는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한 간접 투자로 리스크 관리에 신경 써야 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부동산, 버블 붕괴 위험
다만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상반되는 의견이 나왔다.
박윤정 하나금융투자 반포WM센터 PB는 "각종 세금 이슈로 (전망이)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부동산 투자를 위해 자산을 출금하는 경우가 많이 줄었다"며 "신규 투자로 수익을 내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한양증권 안산지점 PB는 "세금 비용에 의한 자연적 가격 상승효과와 가격 낙수 효과로 비교적 오르지 못한 곳마저 상승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증가하는 부동산 보유세 부담과 수요와 공급이 현실화될 때 버블 붕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급등하고 있는 비트코인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한양증권 송파지점 PB는 "위험을 감내하는 투자자라면 비트코인에 접근해 볼 만하다"며 "단, 투자할 때 정보 접근성이 있느냐를 가장 신경 써야 하는데 국내주식이 아닌 분야는 일반인이 정보를 취득하기가 쉽지 않다. 가능하면 많은 변수를 고려해 투자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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