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확충이 미흡한 일부 보험사가 채권 자산분류를 반복적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지급여력(RBC) 지표를 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보험회사의 채권 재분류 현황을 살펴보면 생명보험사는 24개사 중 13개사, 손해보험사는 장기손해보험을 판매하는 15개사 중 6개사가 채권을 재분류했다. 하지만 채권 재분류는 현행 제도에서만 유용한 방안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이익의 내부 유보, 조건부 자본증권 발행 등 근본적인 자본 확충 방안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자본 확충 없이도 장부가 늘려
10일 보험연구원 보고서인 '채권 재분류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말부터 2020년 3분기까지 생보 10개사와 손보 4개사가 각각 2번 이상 채권을 재분류했다.
특히 생보사는 금리가 하락하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8개사가 매도가능증권으로 채권을 재분류했다. 또 같은 기간에 다시 만기보유증권으로 재분류해 금리 추세를 활용하는 회사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손보사는 금리가 급격히 하락한 2016년을 전후로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가 집중됐다. 만기보유증권으로 재분류한 회사들은 모두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한 경험이 있는 회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회사 중 상당수가 채권 재분류를 하고 있으며, 이 중 만기보유증권으로 재분류한 회사들은 대부분 매도가능증권 재분류를 경험한 회사로 채권 재분류를 RBC 비율 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채권은 매도가능 금융자산 또는 만기보유 금융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 현행 회계 기준에 따르면 매도가능 금융자산은 시장 가치로, 만기보유 금융자산은 원가로 각각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금리 하락기(채권값 상승기)에 채권을 매도가능 금융자산으로 재분류하면 추가 자본 확충 없이도 장부상 자본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 더불어 RBC 비율 상승효과도 볼 수 있다.
즉, 금리 하락기에 채권을 매도가능 금융자산으로 재분류해 추가 자본 확충 없이도 장부상 자본을 늘리고 있는 것.
하지만 해당 방법은 새롭게 도입되는 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ICS는 모든 자산과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므로 채권 재분류에 의해 RBC 비율이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은 새로운 제도 변화 대응을 위해 이익의 내부 유보, 조건부 자본증권 발행 등 근본적인 자본 확충 방안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RBC 비율이 뭐길래…
RBC 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RBC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 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의미다.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RBC 비율을 100% 이상 유지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RBC 비율은 보험사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잣대로 오랜 시간 자리매김 해왔다. 그렇기에 RBC 비율이 하락할 경우 보험사들은 신규 영업과 신사업 진출에 타격을 입기도 한다.
또 RBC 비율이 100% 이하가 되면 금융당국이 적기시정조치 등을 통해 경영개선을 권고한다.
지난 2019년 MG손해보험은 RBC 비율이 83.9%까지 하락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권고를 받기도 했다.
따라서 보험사들이 근본적인 자금 확보가 없어도 비율을 높일 수 있는 채권 재분류를 통해 RBC 비율을 관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RBC 비율은 보험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는 척도가 된다. 그래서 RBC 비율이 100% 이하가 되면 경계선 공고, 명령 단계를 거친다. 따라서 보험사들이 일정 비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현행제도 중에서는 채권 재분류가 RBC 비율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지만 금리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만일 금리가 상승하게 될 경우 자본의 변동성이 더욱 심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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